A예술단체는 대전에서 비교적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참담하기만 하다.

단원 한 명 없이 일이 있을 때만 단원을 불러 모으는 프로젝트단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상근 단원을 두고 싶어도 인건비 때문에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때문에 축제나 공연이 있을 때만 주로 제자들로 구성된 단원들을 불러 모으는데 이렇다보니 꾸준한 연습도 어렵고 단원들의 일정을 일일이 감안해야 하다 보니 모이기조차 쉽지 않다.

A예술단체 대표는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얼마나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겠냐"면서 "결국은 악순환의 반복이다"고 하소연을 토해냈다.

대전시의 지원을 받아 매년 공연 행사를 주관해 온 B단체 대표 C 씨는 몇 년 전부터 후배 아티스트들에게 출연료 일부를 단체에 기탁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일단 출연료(수당)를 통장으로 지급할 테니 그 중 일부를 현금으로 되돌려 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C대표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단체를 꾸려나가기 힘들다"면서 "후배들에겐 미안하지만 기업들의 후원을 받는 것도 쉽지 않고 공연으로 수익을 내기도 힘들다. 단체를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이 방법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대전지역 민간예술 황폐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지역 예술계에 따르면 대전지역에만 크고 작은 예술단체가 1000여 곳이 넘지만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는 극히 드물다. 나름 경쟁력 있는 단체들 역시 점차 경쟁에서 밀리는 등 지역 민간예술 황폐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역기업의 후원 부족과 미래인재 발굴 실패, 지역 민간 예술단체가 낙후됐다는 등 시민들의 편견과 외면, 그리고 시의 체계적이지 못한 지원이 맞물리면서 지역 민간예술단체는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실제 매년 대전시가 집행하는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보면 시 산하예술단체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시립교향악단 40억 원, 시립무용단, 20억 원, 시립합창단 20억 원 등 시 산하 예술단에 지원하는 예산 규모는 100억 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그보다 수가 훨씬 많은 민간예술단체에 지원하는 예산은 그의 10분의 1 정도인 10억 원(문예진흥기금, 무대기금, 찾아가는 예술 활동 포함)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연습공간, 아카데미, 창작센터 등 지역 민간예술단체의 기량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전무한 것도 민간예술 활성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진정한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선 다양한 문화를 육성하는 노력과 함께 관과 민간예술단체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지역 내 민간예술단체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갈수록 황폐해지는 지역 민간공연예술계가 건전성과 활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지자체등에서 재정지원 확대등 전향적인 접근법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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