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이태리 뮤지컬을 보기 위해 전당을 찾았던 최 모(43) 씨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예정돼 있던 공연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았기 때문이다.

평소 전당을 자주 찾는다는 최 씨는 "며칠 전 전당 아트홀에 마련된 공연게시판을 보고 공연을 보기로 마음먹었는데 왜 취소된 공연을 게시판에 홍보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괜히 시간만 낭비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이 모(31) 씨 역시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하철 내부광고를 통해 보고 싶은 공연정보를 알게 됐지만 자세히 보니 지난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관심이 있어 포스터를 자세히 살펴보니 한 달이나 지난 공연 홍보포스터였다"면서 "좀 황당했다"고 말했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취소된 공연 또는 지난 공연포스터를 비교적 관리가 쉬운 내부 게시판에 조차 상당기간 방치해 관객들로 하여금 혼란을 주고 있다.

실제 지난 27일부터 4일 동안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뮤지컬 '일 삐노끼오'는 출연진의 갑작스런 건강악화로 공연이 취소됐지만, 전당은 이를 통보받고도 해당 공연포스터를 전당 로비에 수일째 방치했다 뒤늦게 제거했다.

이미 지난 공연 홍보에 열을 올리는 기현상도 목격되고 있다.

대전도시철도 1호선 객차 내부에는 전당이 발주한 공연포스터가 상시로 붙어있는데, 문제는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이미 지난 공연포스터가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공연홍보를 위해 시민들의 혈세를 써가면서 굳이 홍보할 필요가 없는 지난 공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를 지켜보는 공연계 및 시민들의 시선도 따갑다.

일부 공연계의 관계자들은 "전당이 내부를 정비한다는 이유로 전당 이외의 타 공연 포스터는 붙이지도 못하게 했다"면서 "적어도 지난 공연(취소된 공연) 홍보에 열을 올리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당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정확한 공연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전당이 해야 할 일"이라면서 "혼란을 주는 일이 앞으로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당 관계자는 "게시판 관리직원이 휴가 중이어서 체크하지 못했다. 최근 (방치된 포스터에 대한) 조치를 끝마쳤다"고 말했다. 지하철 광고에 대해서는 "업체 측에 전적으로 위탁한 사항으로 전당이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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