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쌀 소득보전 직불금(쌀 직불금) 실태조사를 벌여 그 결과에 따라 환수조치 등 처벌에 나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제식구 감싸기'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적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쌀 직불금 지급 심사기준을 그대로 적용, 사실상 위법성을 가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또는 지자체 실태조사 시 이 적법성 기준으로 적발한다면 이미 심사한 쌀 직불금 지급이 엉터리였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돼, 결국 처벌은 미미한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1일 행정안전부와 충남도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 20일 쌀 직불금 수령 실태 전수조사를 위해 각 일선 지자체에 지침을 하달했다.
행안부는 적법성 판단기준으로 ㅤ▲농지소재지 시·군 또는 연접 시·군 거주자 실경작자 인정 ㅤ▲영농활동 증명 시 실경작자 인정 ㅤ▲농업인 3명 이상의 확인서를 받을 경우 실경작자 인정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쌀 직불금 지급·심사 때 검증받은 기준이다.
쌀 직불금을 받으려면 60일 이상 영농활동을 했다는 신고서에 기입만 하면 그만이고, 농업인 3명 이상 확인서라는 '자경확인서'도 동네 주민들끼리 서로 쉽게 받을 수 있게끔 관례로 자리잡았다. 이를 제대로 감사하려면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자경확인서를 써 준 동네주민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벌여야 하고, 실제 60일 이상 영농활동을 했는지도 따라다니며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주말을 이용해 영농활동을 벌이고 있어 이를 제대로 감사하기에는 인력과 시간이 현 시스템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행안부와 충남도를 비롯한 자치단체는 공무원 자진신고서에 의존해 조사할 수 밖에 없으며 이마저도 현장 확인이 아닌 페이퍼(종이) 감사만 가능할 뿐이어서 기준을 강화하지 않는 이상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업무를 담당했던 충남도 관계자는 "의료보험증을 남의 것 가지고 가는 시대가 있었다. 쌀 직불금도 똑같은 이치"라며 "사실상 양심에 맡기는 수 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진신고서를 안내고 버티면 나중에 적발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겠지만 적발하기 힘든 구조여서 끝까지 버티는 공무원도 있을 것"이라며 "행안부가 급하다 보니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쌀 직불금 자진신고 접수가 본격 시작된 이날 오후 6시 현재 대전시는 24명, 충남도는 26명의 공무원이 각각 직불금 수령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임호범 기자 comst999@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