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충청권 핵심 공약사항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 선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여타 자치단체까지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는 등 정부가 되레 국론 분열을 조장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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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선(先) 과학벨트 특별법 통과, 후(後) 입지 선정’이라는 논리로 일관, 충청권 주민들의 애를 태우는 한편 타 지자체엔 엉뚱한 기대감만 불어넣고 있어 국책사업 유치를 놓고 민심이 크게 균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으로 전국이 한바탕 홍역을 치른 가운데 이를 유치한 대구·경북 자치단체가 내친김에 과학벨까지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충청권 대선공약이 ‘지정 사업’이 아닌 ‘유치 사업’으로까지 변질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24일 이들 지역을 방문한 한나라당 수뇌부와 당정 간담회를 갖은 자리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대구·경북으로 지정해 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이날 대구·경북 자치단체와 한나라당 중앙당 간 당정 간담회에서 이들 자치단체는 “그동안 서남해안 중심의 국가발전전략으로 인해 대구·경북이 소외되고 낙후됐다”며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과학벨트 등 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희태 대표를 비롯해 정몽준·공성진 최고위원, 김성조 정책위의장, 심재철 국회예결위원장 등과 이용걸 기획재정부 제1차관, 최장현 국토해양부 2차관, 김영학 지식경제부 2차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이병욱 환경부 차관 등 주요 부처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앞서 대구·경북은 지난 17일 대구경북연구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대한민국 첨단의료복합단지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가'라는 주제의 대토론회에서도 “국내외 우수인재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대구~구미~포항(대구포)으로 이어지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로 기세가 오른 대구·경북이 충청권 대선공약인 과학벨트 지정에 군침을 흘리며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지만 정부는 오히려 전국을 대상으로 입지선정 평가를 진행하고 있어 첨복단지 분산 입지에 이어 과학벨트 마저도 조성취지가 흐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과학벨트 관련법에는 ‘충청권’이라는 지역명기도 없고, 앞으로 여러 차례 진행될 점수결과에 따라 입지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충청권 과학벨트 전문가들은 “정부가 입지선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여타 자치단체까지 가세해 쓸데없이 행정력을 소모하고 있고 이 같은 폐해는 고스란히 국력손실로 이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과학벨트가 세종시 대체사업으로 진행된다는 의문도 일고 있다”며 “국론 분열을 막고 국력 낭비 등 소모적인 논쟁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임호범 기자 comst99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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