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원장님. 진짜 죄송한데 지난번에 저희가 드린 것 말입니다. 사정이 그래서 그런데 조금만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최근 지역의 병·의원에서 의약 리베이트와 관련 벌어지고 있는 진풍경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이달부터 리베이트 적발 의약품에 대한 보험약가를 인하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한 뒤 지난달 국내 제약업체들이 올해 분으로 적립한 리베이트를 대부분 선(先) 지급하면서 문제는 불거졌다.

특히 8월 이전 분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대부분의 제약업계가 앞다퉈 주요 의·약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선지급했지만 복지부는 최근 리베이트 선지급도 약값 인하 대상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역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주요 거래처를 찾아다니며 선지급한 리베이트 회수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의사·약사와 제약사의 관계가 철저한 '갑-을' 관계임을 고려하면 이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영업사원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사 영업사원 A 씨는 "평소에도 '상전'처럼 대하는 의사들에게 다시 가 준 돈을 다시 돌려달라고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죽을 맛이다. 제네릭(복제약)만을 취급하는 국내 제약업계가 리베이트 없이 어떻게 영업을 할 수 있겠느냐"며 고충을 털어놨다.

또 다른 영업사원 B 씨도 "리베이트는 주는 것도 문제지만 받는 것도 문제다. 복지부 시행안을 보면 주는 쪽만 처벌하고, 받는 쪽은 처벌이 없어 제약사 영업사원들만 죽으라는 얘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국내 제약업계는 이 제도 시행으로 거의 초죽음이다.

일단 정부의 시범 케이스(첫 번째 적발)에 걸리면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의 타격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 관행을 지나치게 억제할 경우 오리지널을 판매하고 있는 외국계 다국적 제약사들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한 뒤 "기술이나 자본이 취약한 국내 제약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 마련에는 소극적인 정부가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제도 시행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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