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리가 없는 것도 서러운 데 쪽방 사용료까지 내지 못해 길거리에서 잠을 자야 할 실정입니다."

최근 경기불황과 건설노조 파업 등으로 일거리를 잃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쪽방 사용료마저 내지 못해 '노숙자'로 전락될 상황에 놓여 있다.

이들은 최근 일거리가 없어 돈도 벌 수 없는 상황에서 물가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아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17일 오전 5시 대전 서구 갈마동의 한 인력소는 한마디로 폐장분위기다.

올 봄까지만 해도 수십 명의 인력지원자들이 매일 오전 4시부터 진을 치며 일거리를 받기 위해 순서를 배정받던 모습과는 달리 현재는 몇 명의 일용직노동자들만이 일거리를 기다리는 등 한산 그 자체였다.

또 인력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대부분의 일용직 노동자들은 잠재적 노숙자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여 년을 인력시장에서 보낸 A(45) 씨는 "요즘에는 일거리가 없다보니 전문기술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아예 노동일을 그만두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이 과거에 노숙자 경험이 한 번 정도는 있는 사람들로 돈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다시 노숙자의 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일용직 노동자들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노숙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는 데도 행정당국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대전지역 부랑자 시설현황에 따르면 국가에서 지원하는 시설은 1곳뿐이며 176명 정도가 수용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전지역 노숙자 수가 1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잠재적 노숙자는 제외하고 오래 전부터 노숙자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노숙자로 규정하고 있어 이 같은 숫자적인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대전지역 노숙자센터 관계자는 "일하고 싶으면 잠시 일했다가 번 돈으로 노숙자의 삶을 사는 잠재적 노숙자들이 경기불항과 함께 최근 급증하고 있다"며 "주목할 점은 젊은 노숙자들의 증가로 일반적인 노숙자들처럼 길거리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그들만의 군집을 형성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하루 돈벌이가 쉽지 않다보니 범죄로 연결되거나 모든 삶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지만 관심부족으로 정부차원의 현상파악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홍표 기자 dream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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