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한 부품업체 옥죄 대형 손해보험사만 살찌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입점을 둘러싼 대기업과 중소상인들 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자동차 부품업계에서도 ‘강자’인 손해보험사의 불공정거래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한 ‘약자’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대전지역 136개 업체로 구성된 자동차부품판매업협동조합이 손보사의 횡포에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며 우월적 지위에서 자행되는 부품대금 할인 관행의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하고 나선 것.

11일 대전자동차부품판매업협동조합(이하 부품판매업조합)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보험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화재를 비롯한 대형 손보사들은 사고차량 수리 비용과 관련, 부품대금의 5~9%를 일방적으로 할인해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영세한 부품판매상의 경영난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실제 20여 년간 대전에서 H사 부품대리점을 운영해온 박 모 씨의 경우 현재 부품대금에서 얻는 마진은 22% 정도인데 많은 재고 부담(보유품목 2만여 개)과 지속적으로 인상돼온 인건비, 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약 4%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손보사가 부품대금의 5~9%를 할인해 부품업체에 보험금을 지급함에 따라 “장사를 하면 할수록 적자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박 씨의 설명이다.

부품판매업조합은 이 같은 현실을 바로잡고자 그간 손보사에 잘못된 관행의 개선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제소해봤지만 지난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이에 따라 부품판매업조합은 관계당국의 실태 파악 및 철저한 지도·감독을 요구하며 자동차 부품업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성경모 이사장은 “자동차 부품판매업이 ‘3D 업종’으로 전락, 3~4년 전에 비해 업체 수가 30% 줄었다. 영업 중인 부품상들도 하루하루를 살얼음판 걷듯이 아랫돌을 빼 윗돌을 고이는 식으로 연명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요즘과 같은 고유가·고인건비 시대에는 도저히 타산을 맞출 수 없다.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해서는 손보사들의 부품대금 할인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일 기자 oria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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