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자녀를 둔 대전 서구의 학부모 A(38) 씨는 방학을 맞은 아이를 위해 영어학원을 알아보다 ‘파닉스’라는 단어를 접했다. 어렸을 때부터 파닉스 교육을 시키는 것이 영어를 완성시키는 지름길이라는 게 학원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파닉스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앞서 단순히 읽는 법을 배우는 발음공부를 의미하는 용어. A 씨는 인터넷에 파닉스라는 단어를 쳐보고 수없이 쏟아지는 교재, 학원, 전자제품, 온라인 모임 등에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나름대로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달았다”는 그는 “당장 파닉스 교육을 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방학 중임에도 유·초등 자녀를 둔 대전지역 학부모들의 영어교육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특히 파닉스가 조기 영어교육을 실시하려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화두로 떠오르며 대전지역에도 영어도서관이나 영어서점, 자녀 영어책 읽어주기 온라인 모임 등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나친 영어교육 열풍이 사교육을 조장하고 어린 학생들의 언어발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대전지역엔 최근 몇 년 사이 유·초등 자녀에게 파닉스 교육을 시키려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서점이나 학원가에 끊이지 않고 있다. 영어동화책이나 전문교재 등을 통해 파닉스 교육을 시키는 것이 영어발음을 익히는 데 유리하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서점가에선 영어동화책의 판매율이 꾸준히 늘고 있고 파닉스 교육전문업체나 교재, 학원들도 잇따르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전엔 학문적으로만 사용되던 파닉스를 사설업체가 도입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해 학원, 방문학습지, 서점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최근엔 초등학교 교사들도 많이들 교육에 적용한다”고 말했다.

일부 서점에선 영어전용 도서관을 만들고 회원제로 운영하며 영어읽기 조기교육을 독려하기도 한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대전 서구 원앙초의 영어전담교사는 “파닉스 등 조기 영어교육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학부모들의 온라인 모임이 활성화 돼 있다”며 “요즘 학부모들은 영어교육에 좋다면 일단 가르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영어학원, 조기유학, 영어유치원 등에 이어 이번엔 영어읽기교육이 학부모들의 관심사로 떠오르자 우려섞인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교육법에 대한 지나친 열기가 사교육만 조장할 뿐 어린 아이들의 언어발달엔 나쁜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학계에서도 파닉스가 실제 조기 영어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대전지역 한 교육관계자는 “쏟아지는 영어 조기교육 프로그램들을 위해 학부모들은 월 수십에서 수백만 원씩의 비용을 부담한다”며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학부모들의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