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직불금 부당 수령을 막기 위해 신설된 법 조항이 되레 임차농업인(소작농)만 옥죄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어 31일 직불금 신청마감을 목전에 둔 소작농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지난 3월 개정된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이하 직불금법)은 임차농업인이 쌀직불금을 신청할 경우 반드시 임대차계약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지주인지 아니면 임차농업인인지를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또 법 개정을 통해 부당 수령이 밝혀지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해 실제 농사를 짓는 농업인이 직불금을 신청하도록 했다. 그러나 임대차계약서는 소작농이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짓는다는 증명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지주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는 만큼 지주가 쉽사리 임대차계약서를 써주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농지를 보유한 지주는 각종 세금감면 혜택과 함께 8년간 직접 농사를 지었다는 것을 증명(쌀직불금 수령 등)해야 농지매매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전액 감면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매매대금의 60%를 더 물어야 하기 때문에 임대차계약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암묵적으로 지주가 쌀직불금을 가져가는 대신 임차료를 낮춰주는 방법이 활용되기도 하지만 아쉬울 게 없는 간 큰 지주들은 상대적 약자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소작농의 심리를 이용해 임대차계약서를 써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소작농의 경우 임대차계약서가 없으면 쌀직불금 이외의 다른 보조사업도 할 수가 없도록 돼 있어 소작농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법 강화에 따라 농지를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농어촌공사의 임대수탁사업에 참여할 경우 합법적인 테두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으로 임대수탁사업 실적(농어촌공사 충남지사)은 지난해 744㏊에서 1500㏊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이규제 농업지도자 계룡시회장은 “농사를 짓고자 하는 사람은 대부분 젊은 사람인데 이들은 땅이 없다”며 “쌀직불금 부당 수령을 막으려는 법 개정의 방향은 맞지만 애꿎은 소작농이 피해를 당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전국 3200농가를 표본조사한 결과 62%가 임차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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