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제조업체에서 식당일을 하며 어렵사리 생계를 꾸려온 윤 모(48·여) 씨는 최근 갑작스럽게 해고를 통보받아 생계가 막막해졌다.

일용직 건설노동자인 남편이 임금체불과 불경기로 노는 날이 많아지며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해온 윤 씨는 시간제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일거리를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늦둥이인 중학생 딸을 변변히 뒷바라지를 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은 그녀의 아들 역시 유통업체에서 배달을 하며 힘겹게 학비를 마련하는 대학생으로, 이들 ‘비정규직 가족’에게 2009년 여름은 한마디로 암울하고 답답하다.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할 윤 씨 가족에게 꿀맛 같은 여름휴가란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다 경영난 심화로 정리해고를 당할 위기에 처하자 지난해 충남의 한 공공기관 계약직으로 자리를 옮긴 정 모(34) 씨도 요즘 심기가 편치 않다.

지난 1일부터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서 ‘조만간 짤릴 수도 있다’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정 씨의 마음 한 켠을 무겁게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후 휴가를 떠나지만 그다지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 정 씨는 “이직을 한 지 1년 조금 넘었는데 몇 개월 후면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이 오질 않는다”며 “2년으로 돼 있는 비정규직 고용 제한기간 연장 여부에 부쩍 신경이 쓰인다”고 불안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경기가 호전될 것이란 일부 지표에도 아랑곳없이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실물경제는 바닥을 기고 있다.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임금이 제 때 지급되지 못하고, 비정규직 고용불안이 가중되면서 안정된 소득이 없는 서민들은 급격히 수입은 줄고, 물가인상으로 씀씀이는 날로 커지는 이중고 속에 달갑지 않은 휴가철을 맞고 있다.

대전지방노동청에선 임금체불, 퇴직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을 이유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사업주와 근로자 간에 언성을 높이는 모습이 자주 목격돼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21일 대전지방노동청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5일까지 충청권 3개 시·도에서 접수된 임금체불 근로자는 1만 3354명, 체불액은 644억 2366만 원에 달한다.

1인당 평균 482만 원이 미지급된 것으로, 지난해 연간 신고분(2만 2428명, 864억 6874만 원)과 비교해 6개월여 만에 근로자 수는 60%, 체불액은 80%에 육박하는 수치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또 노동청에 접수되지 않은 미신고분까지 포함할 경우 실제 임금·퇴직금 체불 규모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전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임금·퇴직금 관련 신고 건수가 크게 늘었다”며 “여름 휴가철이지만 정기 상여금이나 휴가비 지급은커녕 정당한 노동의 대가조차 지급받지 못하는 것이 영세기업 근로자들이 처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 일 기자 oria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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