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A(59) 씨는 요즘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행정안전부가 쌀 소득보전 직불금을 받은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불·탈법 수령 여부에 대한 전면조사에 착수키로 하면서 혹시나 적발돼 중징계를 받지나 않을까 우려해서다.

A 씨는 농사를 전혀 짓지 않고 땅만 소유한 부재지주로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직불금을 부정으로 수령했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땅은 실제 농지 소재지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가 경작하고 매년 쌀 두가 마니씩을 임차료 명목으로 지급받고 있다.

A 씨는 지난 2월경 자신의 농지 소재지 이장으로부터 '농지이용 및 경작현황 확인서'에 도장을 받아 거주지 동사무소에 직불금을 신청해 고정 및 변동직불금을 수령했다.

쌀 직불금 부당신청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도내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행안부는 16일 직불금 수령의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부당 수령한  공무원에 대한 징계절차와 수위 등 처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북도 관계자도 이날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열리는 긴급 회의에 참석해 직불금 지급 기준과 대상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공무원 직불금 부당수령 조사… 중징계 불가피

감사원의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제 운용실태'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충북지역에서 동일 농지에 대해 지주와 실경작자가 각각 다른 주소지에서 직불금을 중복 신청해 수령한 건수는 모두 205건이다.

직불금 수령과 관련한 전산망이 갖춰진 시기는 2007년으로 2005년과 2006년은 같은 필지에 대해 직불금을 중복 신청하더라도 불·탈법 수령여부를 적발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감사원이 지난 2006년 쌀 소득보전 직불금을 받아간 99만 8000명 가운데, 공무원 등 4만 6000명을 부재지주로 판단해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키로 하면서 향후 부당수령자로 적발되는 공직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직불금을 부당하게 타낸 공무원들을 징계하기 위한 법률 검토작업에 착수했고 향후 어떤 식으로든 불·탈법 수령 여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어서 해당 공무원들의 무더기 중징계가 불가피 할 전망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최근 고위공직자 2명에 대한 직불금 부정 수령 여부를 확인하라는 정부차원의 지시가 있어 확인해 줬다"면서 "앞으로 직불금 부정 수령이 의심되는 공무원과 공기업 임원 등에 대한 조사가 병행될 것으로 보여 도내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직불금 부당수령 조사 쉽지 않을 수도

현행 쌀 소득보전 직불금 제도의 가장큰 맹점은 농사를 짓지 않는 부재지주들까지 쉽사리 직불금을 받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직불금은 부재지주가 아닌 임차농에게 지급돼야 하지만 상호간 묵시적인 계약관계를 맺을 경우 정부와 지자체는 일일이 파악할 방법이 없다.

또 부재지주가 농사와 다른 직업을 겸하는 사례가 많아 물꼬트기, 추수활동 등 일부 관외 경작을 했다고 주장할 경우 적발이 쉽지 않은 문제점도 있다.

이밖에 직불금 신청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 절차가 대부분 연초에 이뤄져 이장, 통장 입장에서는 사실상 자경사실 보다는 영농계획의 타당성을 따질수 밖에 없고, 농지 소재지에 거주하는 임차농과의 관계를 생각해 문제를 지적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도 부당 수령 여부가 드러나지 않은 이유다.

충북도 관계자는 "직불금 확인 절차가 이장, 통장 등이 발급하는 '농지이용 및 경작현황 확인서'에 좌우되다 보니 관할 주소지 읍·면·동에 직불금 신청만 하면 손쉽게 타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읍·면·동사무소 담당 직원들이 일일이 지번과 경작자, 토지 소유자 등을 확인해 직불금 부당 수급 사례를 적발해야 하지만 그일에만 매달릴 수도 없고 부재지주와 임차인이 입을 맞출경우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시 한 면사무소 공무원은 "부재지주와 임차인이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고 음성적으로 상호 간 계약이 이뤄지다보니 임차인이 직불금 부당 수령에 대해 신고하지 않으면 적발하기 어렵다"면서 "직불금을 받는 사람의 실제 직업을 파악하기도 불가능해 신청서를 작성한 사람에게 지급되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이어 "직불금 신청서에 게재된 농지에 대해 벼 농사를 경작하는지 여부는 조사가 가능하지만 어떤 사람이 농사를 짓고 있는 지는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며 "임차인은 지주와 이해관계에 있고 벼농사의 일정부분을 수익으로 제공받고 있기 때문에 억울하지만 문제점을 지적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본사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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