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제거돼야 할 전봇대가 많습니다.’

지난 2007년 15만 1800㎡에 달하는 공장 부지 내에 90㎡에 불과한 소규모 창고를 신축하려던 충남 천안의 L사는 기존 지구단위계획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구단위계획 변경 허가를 다시 승인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L사는 19개에 달하는 첨부서류와 도면을 준비하며 인·허가에 25일을 허비했고, 건축 비용인 500만 원보다 8배 많은 4000만 원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써야 했다.

이미 허가받은 지구단위계획구역 공장 부지에서 창고와 사무실 등을 신·증축할 때 건축허가나 건축신고로 갈음할 수 있도록 했다면 이처럼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진 않았을 것이다.

15일 대전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 개혁에도 불구하고,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불합리한 규제가 아직도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최근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규제와 관련해 135개 개혁과제를 발표, 기업투자를 가로막거나 과도한 비용을 유발시키는 각종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이 제시한 과제 중 업계의 애로사항이 많고, 기업의 투자수요가 높아 완화될 경우 즉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30건이 엄선됐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인·허가 절차로 어려움을 겪은 L사 사례도 이에 포함됐다.

또한 1필지가 2개 이상 용도지역에 걸쳐 있는 경우 건축법과 국토계획법상 적용기준이 상이해 용적률을 과도하게 제한받거나 법령 개정으로 보전관리지역으로 새로 편입된 지역 내에서는 기존 공장 설립 승인을 받았더라도 건축이 제한되는 점도 불필요한 전봇대로 지적됐다.

아울러 여유부지가 있고 수질오염 배출허용기준이 충족되더라도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이 제한되고, 사전계약 없이는 토지 이용 승락이 불가능함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토지 거래 시 이를 원천 금지하는 것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규제 개혁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라며 “대내외적으로 경제환경이 어려울수록 규제 개혁을 지속 추진해 국가경쟁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일 기자 oria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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