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성 이사장

“박OO님 설비캐드기사직 취업을 축하합니다. 박OO님 정보기기운용기사직 취업을 축하합니다. 홍OO님 네트워크설비기사직 취업을 축하합니다….”

‘한국산업연수원 청주능력개발원’의 홈페이지(hanguk.ok.kr)에 실시간으로 올라와 있는 수십 개의 취업현황 및 축하 글이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영동에 위치한 취업교육·훈련기관 ‘한국산업연수원 청주능력개발원’은 2006년 훈련생 85%, 2007년 훈련생 92%, 2008년 훈련생 86%이라는 취업률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초 졸업한 2008년 훈련생은 지난해 하반기 불어닥친 “IMF보다 더 어렵다”는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의 태풍 속에서도 86%에 달하는 취업률로 화제에 올랐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기업의 인력채용은 준다는 공식이 청주능력개발원의 취업률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비결은 뭘까.

청주능력개발원에서 만난 김봉성(54) 이사장은 “산업현장의 필요인력 변화와 수요를 예측해 그 방향으로 과정을 개설하고 훈련생을 배출해 왔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이 같은 참 쉽고, 짧은 표현에는 충북 제천농고 국어교사가 농기계수리기능사보 자격증을 얻으며 시작한 30년 직업훈련의 땀과 열정이 숨어 있다.

김 이사장은 “취업에서 수요자는 근로자가 아니라 산업체”라고 단언한다. 언뜻 생각하면 취업훈련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이 고객이자 수요자로, 이들을 많이만 배출하면 훈련기관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공익과 수익을 함께 거둘 것 같지만 이것은 단견이라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그래서 최근 정부가 훈련희망자를 수요자로 보고 교육훈련용 공인상품권과 같은 ‘바우처제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이다.

바우처(훈련상품권) 제도를 확대하면 손쉬운 제과·제빵, 미용, 패션 등의 훈련생은 늘어날 지 모르지만 국가적으로 필요한 분야에 대한 희망인력은 줄 것이고 지원도 축소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취업이란 결과물이 없으면 취업기관으로서 역할은 없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지론이다.

김 이사장은 “훈련기관의 오너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장을 찾아다니고 상시 교육과정을 점검하고 고민한다.

또 훈련생들의 취업마인드를 바꾸기 위해 상담과 설득도 마다하지 않는다.

“올해는 취업시키기가 정말 어려웠다.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최저임금을 보장 못하는 기업이 늘어 취업보다는 실업을 선택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금 눈높이를 조금 낮추고 1~2년 경력을 쌓으면 원하는 수준에 오를 수 있다고 설득해 취업을 시켰다. 일자리가 있는 곳이라면 충북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경기도 안산, 충남 천안까지 뛰어 다녔다”고 전했다.

청주능력개발원의 또 다른 취업률 비결은 중부권 최대 규모, 최고의 시설에 녹아있다.

50여 개 학급에 훈련생만 우선선정 직종 390명을 포함 590명에 달한다. 정보·광·전자통신, 전자기기, 컴퓨터 토목시공·측량설계·인쇄 등 정부 승인 교육훈련 과정만 20개 과목이다.

막대한 투자를 담보로 하는 전문훈련용 시설과 함께 33명의 교수진이 모두 전임으로 포진돼 있다. 교육, 훈련, 학사관리, 취업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애착있게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면 시간강사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청주능력개발원은 미용, 요리, 제과·제빵, 세무회계, 패션 등을 가르키는 충청권의 타 훈련원들과 다르다. 개설 과정 대부분이 전문산업기술훈련, 재취업, 해외취업 등의 분야에 집중돼 있다.

실제, 호주 취업 및 영주권 획득까지 가능한 ‘육가공 취업 영어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기생 100명 전원이 호주 취업에 성공한데 이어 오는 8월 초 2기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또, 정부가 국가적으로 인력양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업료 전액을 국비 지원하고 매월 31만 원의 수당도 지급하는 ‘우선선정 직종 훈련(1년 과정)’ 13개 과목을 승인받아 개설해 놓고 있으며, 3D제품 모델링 등 재취업 과정 4개 과목(6개월 코스, 11만 원 수당 지급)을 운영하고 있다.

서버관리, 일러스트레이터, 사무자동화, 포토샵 등 국제공인자격증 과정도 개설돼 있다. 이들 과정의 훈련 이력은 ‘직업능력 계좌’를 통해 통합 관리도 받는다.

청주능력개발원은 2008년 국가직업훈련기관 A등급을 획득한 것을 비롯해 노동부장관 표창, KS A 9001·ISO 2001 인증, 학점은행제 전문기관, 장애인 직업훈련기관, 훈련생 만족도 우수기관, 우편원격훈련시설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선진기상, 선진사고, 선진기능’의 원훈처럼 새로운 인력 수요처를 향해 쉼없이 교육 훈련을 개발하고 변화해 나가려는 노력이 평가받은 결과다.

청주능력개발원은 내년에는 태양광 전지, 설비 등 그린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신성장 분야 인력과정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LG화학이 GM사와 차량용 전기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듯이 음성, 증평, 충주 지역을 중심으로 신성장 동력 분야의 인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는 김 이사장의 귀띔이다.

김현진 기자 lione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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