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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끗희끗한 머리를 휘날리며 두드리는 드럼, 세월의 흔적폰큼 넓어진 이마위로 흐르는 땀을 닦으며 연주하는 아코디언, 기타줄 수보다 많은 주름…. 대전 서구 탄방동 서구노인복지관 대강당은 매주 수요일 오후마다 요란한 북소리와 기타 소리, 색소폰 소리, 아코디언 소리가 한바탕 어우러진다. 음악을 통해 젊은 사람 못지 않게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있는 실버밴드 ‘남선밴드’의 정기 연습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드럼, 색소폰, 앨토색소폰, 기타, 베이스, 키보드, 아코디언 등 7인조로 구성된 ‘남선밴드’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목적으로 지난 4월, 3개월간의 길고 엄격한 오디션을 거쳐 탄생한 대전 서구노인복지관 전속 실버밴드다.
‘남선밴드’는 단원 7명의 나이를 모두 합치면 무려 437살에 이르는 고령 밴드이다. 평균연령으로 계산해도 62.4세가 나온다.
이쯤되면 이들의 활동을 퇴직 노인들의 동호회 활동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큰 코를 다친다.
이들의 실력은 그야말로 ‘프로’다.
지금 당장이라도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이들의 연주를 듣는다면 아마 저절로 기립박수를 치게 될 것이다.
‘남선밴드’는 정식으로 앨범 두 장을 낸 2집 가수이자 단장을 맡고 있는 박환복(71) 씨를 포함한 7명의 단원 모두 전업 음악인 출신이고 이중 몇 명은 아직까지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박환복 단장은 한국가수협회 정식 등록회원으로 대전실버연예단 부단장과 솔잎공연단 단장 등을 역임하며 풍부한 밴드 경험을 갖고 있고, 드럼의 김영진(63) 씨와 색소폰 송구영(64) 씨는 현재 교습소를 직접 운영하며 제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공연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또 베이스의 이주성(58), 키보드 배섭균(62), 앨토색소폰 황건(62) 씨 등도 모두 젊은 시절 내로라하는 전문음악인들로 지금도 왕성하게 무대 섭외가 들어오고 있다.
이밖에 기타를 맡고 있는 우성근(57) 씨는 현재 대전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을 소유하고 있지만 원래 전문음악인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짧게는 40년에서 길게는 60년까지 연주 경력을 갖고 있어 삶 자체가 음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인생의 황혼기에 '노인들도 할 수 있다'는 슬로건 아래 뭉친 남선밴드는 지난 5월 8일 서구노인복지관 어버이날 행사에서 공식 창단에 앞서 첫 선을 보였으며, 14일 오전 10시 30분 서구노인복지관 강당에서 정식으로 창단공연을 갖는다.
이날 공연에는 김승희, 정성원, 정지숙 씨등 대전 연예협회 소속 가수들과 중국 서커스 공연단이 찬조출연해 어르신들의 흥을 돋울 예정이다. 이들은 또 꾸준한 연습을 통해 기량이 녹슬지 않도록 노력해 원래 창단 취지에 맞도록 대전지역 양로원과 요양병원 등에서 순회공연 봉사를 펼친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우고 있다.
남선밴드 박환복 단장은 “노년기의 늙은 한 몸이 즐거울 일이 별로 없는 노인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선사하고 그늘진 사람들을 위해 여생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며 “진정으로 음악을 즐기는 밴드, 노인들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는 밴드가 되도록 세월이 허락할 때까지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