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모 중학교 운동부 코치 A 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다. 수 십 명의 선수를 육성하며 명문학교로 통하던 건 옛말, 지금은 단 두 명의 학생으로 근근이 운동부를 연명하고 있다.

선수가 줄다보니 각종 대회에서의 성적 또한 추락해 주변에서 해체 압력이 들어온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대로 명맥이 끊기는 게 아쉬워 가능성이 보이는 학생들의 학부모를 수도 없이 찾아갔지만 “아이 인생을 당신이 책임질 거냐”는 면박만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학교와 학부모의 싸늘한 반응에 요즘은 선수를 기르는 게 마치 죄를 짓는 기분”이라는 A 씨는 “이런 환경에서 박태환이나 김연아 같은 선수가 나오는 게 가능하겠냐”고 토로했다.

대전의 학교체육이 무너지고 있다. 학력신장에만 모든 초점이 맞춰진 교육환경이 운동부 학생들의 존립 기반을 뒤흔들고 있는 것.

학력을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일선 학교는 학교 내 운동부의 존재를 꺼리고 학부모들 또한 자녀에게 운동시키길 거부하면서 대전의 학교체육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대전지역 일선 초·중학교의 운동선수는 최근 5년 사이 20% 가까이 급감했다. 2004년 1700명이 훌쩍 넘던 초·중학교 운동선수는 올해 1400명대로 줄었고 그나마도 명목상 이름만 선수로 등록됐을 뿐 실제 활동하지 않는 학생이 상당수라는 게 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종목별 현황을 살펴보면 이러한 현실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야구나 축구 같은 인기종목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운동종목이 학생수급이 어려워 존폐위기에 처했다.

육상이나 수영, 체조 등의 개인종목은 한 학교에 1~2명의 선수만으로 꾸려가는 경우도 상당수였다.

이처럼 운동선수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는 건 학교장과 학부모들이 운동선수를 육성하는 것에 심각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

시교육청은 학교체육 활성화의 일환으로 연초 일선 학교에 10개의 운동부를 새롭게 창단하려고 계획을 잡았지만 실제 창단된 운동부는 절반인 5개에 그쳤다.

학교장과 학부모들이 학습분위기 저하의 이유로 학교 내 운동부 설립을 반대한 결과였다.

이에 따라 교육청이 운동선수 육성을 위해 투자하려 했던 2억여 원의 예산은 결국 불용액으로 처리됐다. 운동부에 대한 거부감이 투자의 축소로 이어지고 열악한 학교체육 환경을 초래해 우수선수들을 유출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중리초의 강범현 육상부 감독은 “대전의 경우 육상선수가 70% 가까이 감소했는데 이대로 가면 향후 몇 년 사이에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며 “학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코치의 처우개선, 선수의 진로개발 등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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