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대흥동 일원을 문화와 예술이 넘치는 거리로 만들고, 이를 통해 원도심 활성화라는 지역의 역점사업을 추진키 위해 조성된 ‘우리들공원’이 당초 기대와 달리 개장 반년 만에 ‘흉물공원’이란 별칭을 얻는 등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전시 중구는 대흥동 '문화예술의거리' 중앙 옛 중구청 부지에 BTO 방식으로 민자 135억 원을 투입해 '우리들공원'을 조성했다.

사업을 주관한 대전시 중구를 비롯해 문화예술의 거리 상인회와 시민 등은 공원 조성을 통해 젊음과 활력이 넘치는 장소로 핑크빛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본보 취재진이 지난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우리들공원을 직접 방문 취재한 결과 '원도심 활성화'의 기대주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우리들공원은 청소년들의 탈선장소 및 노숙자 천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특히 자정이 지나 새벽이 오면 이곳은 청소년들이 음주와 흡연을 일삼으며 탈선을 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자정을 막 넘긴 시간, 공원 곳곳에선 하나 둘씩 몰려든 청소년들의 술판이 시작됐고, 그 전까지 공원에 있던 시민들은 하나 둘씩 빠져나가 공원은 금새 청소년들의 세상이 됐다.

이들은 대부분 중·고생 정도로 보이는 청소년들로 어디선가 구입해 온 술과 안주로 술판을 벌였고, 자리가 무르익기 시작하면 또래 여학생들이 주변을 배회하며 술자리를 기웃거렸다.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의 술자리는 자연스럽게 합석으로 이어졌다.

앳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짙은 화장을 한 여학생들은 여기 저기 술자리를 옮겨 다니기도 했다.

배회하던 여학생들이 맘에 드는 무리를 발견해 합석이 되면 바로 하룻밤 만남이 시작돼 술과 담배에 이어 애정행각으로 연결되는 광경도 심심찮게 목격됐다.

이와 함께 공원은 이미 노숙자들의 이동숙소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었다.

실제로 대흥동과 은행동 일대 노숙자와 관련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은 노숙인들을 우리들공원으로 안내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벽 1시가 되니 공원은 이미 그들만의 파티를 즐기러 몰려든 청소년과 곳곳에서 운집한 노숙자들이 빈 자리를 모두 채웠다.

한국전력이 공원의 한 중앙에 설치한 지중변압기는 만취한 청소년들과 노숙자, 행인들의 야외화장실로 애용되고 있었다.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에서 수년째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예전 홍명상가 앞 공원에서 쉽게 목격됐던 청소년 탈선과 노숙자 집결이 현재 우리들공원으로 옮겨왔다. 공원으로서의 긍정적 이미지를 잃어 주변 상권도 크게 위축되기 시작했다”며 "우리들공원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현재의 실망도 크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상인 B 씨도 "오픈형 공원으로 시민들의 휴식장소는 물론 문화와 예술이 넘치는 공원으로 조성됐어야 하지만 현재 우리들공원은 흉물공원으로 변질됐다"며 "낮에는 공원으로서의 순기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밤만되면 피하고 싶은 공간으로 변하는 역기능을 발휘하는 곳이 바로 우리들공원"이라고 설명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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