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최근 청주에서 자동차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운전자는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차량 제조사 측은 차량에는 결함이 없었다며 급발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급발진 추정 사고 잇따라

전 모(54) 씨의 로체 이노베이션 택시가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일으킨 건 6일 오전 1시 26분 경.

전 씨는 청주시 비하동 한 나이트 앞에서 손님을 태우기 위해 차를 정차시킨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던 택시들 중 제일 앞 차가 손님을 태우고 난 뒤 택시를 이동시키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D에 조작한 전 씨는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순간 택시는 굉음을 내며 튀어나갔고 바로 앞 차를 들이받은 뒤 도로변에 주차돼 있던 그랜져 승용차를 잇따라 들이받고 멈춰섰다.

택시에 들이받 친 앞 차 역시 충격에 또다른 앞 차를 들이받았고 도로에 사람이라도 지나갔더라면 자칫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전 씨가 정신을 차리고 택시에서 내렸을 때 도로에는 선명한 약 20m의 스퀴드마크(타이어 자국)가 표시돼 있었다.

전 씨는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현장검증에서 “12년 동안 택시를 몰며 무사고로 운전해 왔고 사고가 난 차는 출고 20일 밖에 안된 차”라며 “사고 당시 분명 브레이크를 밟았고 택시에 있는 차량용 블랙박스를 판독해도 차량이 굉음을 내며 순간 튀어나갔다는 게 확인이 된다”고 말했다.

급발진 추정 사고는 올해 들어 청주에서만 벌써 두 번째로 지난달 30일 오전 9시 25분 경 청주시 개신동 충북대병원 택시 승강장에서 최 모(60) 씨의 쏘나타 택시가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추돌사고를 일으키기도 했고 지난 2007년 12월에는 청주시 신봉동 모 주유소 세차장에서 그랜져 개인택시가 원인을 알 수 없는 급발진으로 인해 세차장 내부벽을 부수고 들어가는 일도 있었다.

◆차량 제조사 ‘차량 결함 없다’

급발진 추정 사고가 잇따르지만 해당 차량 제조사들 대부분은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라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사고 또한 해당 제조사인 기아자동차는 차량 결함은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장검증에 참여한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타이어 자국 등으로 봤을 때 브레이크를 밟은 것 같기는 하지만 택시의 엔진과 미션을 진단기 등을 통해 검사한 결과 차의 결함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급발진 추정 사고에 대한 입장은 정부 해당부처, 법원도 마찬가지다. 법원은 2000년대 초 서울지법, 인천지법 등에서 차량 제조회사에 과실입증 책임을 지우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지만 대법원 판례는 아직 운전자가 조작 과정에서 과실이 없음을 직접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운전자가 스스로 사고 당시 과실 없음을 입증해 보상을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차량 제조사들이 급발진을 인정하지 않는데다 원인 규명이나 운전자들의 사고 재현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운전자가 스스로 사고 당시 과실 없음을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외국에서는 이미 차량 제조사가 차량 결함 여부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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