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차금지 입간판으로 사용되고 있는 대전 서구 학교 앞 문구점의 아동안전지킴이집 표지판.
위험에 처한 학생들을 돕기 위해 마련된 ‘아동안전지킴이집’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을 넘겼음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전·충남에만 2900여 업소가 안전지킴이집으로 선정됐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존재 자체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운영도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3일 오후 본보 취재진이 찾아간 대전 중구의 A 초등학교 주변은 하굣길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학원으로 향하던 김 모(12) 군을 붙잡고 안전지킴이집에 대해 물었지만 “그게 뭐예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십 수 명의 학생에게 더 물었지만 대답은 같았다. 질문을 건넨 바로 옆 문구점이 안전지킴이집이었지만 학생들은 수시로 드나들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업주의 의식 부족으로 안전지킴이집 자체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곳도 상당수였다.

심지어 안전지킴이집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주차금지용 장애물로 전락했거나 쓰러진 채 방치돼 있는 곳도 눈에 띄었다.

대전·충남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대전지역에는 857곳의, 충남지역엔 2020곳의 업소가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지정돼 있다.

안전지킴이집은 어린이 유괴 및 납치 등 어린이 대상 범죄를 예방할 목적으로 지난해 4월부터 운영돼 왔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주변, 놀이터 등 어린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위치한 문구점과 약국, 편의점 등이 주로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지정된다. 유괴나 폭력 등의 위험에 처한 어린 학생들이 안전지킴이집에 도움을 요청할 경우 업주는 아이를 보호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출입문에 스티커가 부착돼 있고 업소 앞에 노란색 표지판이 설치돼 있음에도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티커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데다 표지판은 주차금지 입간판과 비슷해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구별이 어렵기 때문.

대전·충남지역 수 천 곳의 안전지킴이집이 1년 넘게 운영돼 오면서 거둔 실적이 십 수 건에 불과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대전 서구의 한 학부모는 “취지는 좋지만 부모나 아이들이 제도 자체를 잘 모르는 데다 지정업소가 학교주변에만 집중돼 있어 실질적인 효과엔 의문이 든다”며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인데 좀 더 제대로 해야하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지정 업소들의 적극적인 운영의지를 위해 실질적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울산의 경우 1년에 80시간 이상 자원봉사를 한 지킴이집 운영 업주에게 음식점, 미용실 등 969곳에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원봉사자 카드를 발급할 예정에 있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교육청과 연계해 교사가 진행하는 간접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강구하고 있다”며 “부실하게 운영되는 업소는 지정을 취소하고 내실을 기하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보완하는 등의 노력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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