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대규모 구조조정 여파로 회사를 나온 지 10년. 이제 겨우 삶의 터전을 다시 만들었는데 불황의 늪이 깊어지면서 다시 거리로 나 앉게 생겼습니다." 생산·투자·소비지표가 모두 부진한 경기둔화세가 심화, 가계 부문의 임금 및 소득수준이 떨어지면서 대전·충청권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특히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무리한 대출로 주택을 구입했거나 주식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난 이자부담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본보 취재진이 대전과 충청권 일대의 도·소매 자영업자 및 일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방문 취재한 결과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 심각한 위기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전 대덕산업단지 내 A업체에 근무하는 K 씨의 경우 지난 96년 한국 굴지의 모 공기업에서 나와 정부투자기관인 B사에 재입사,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지만 97년 IMF 외환위기와 함께 꿈을 잃었다. B사가 의욕차게 추진한 프로젝트 사업이 IMF로 물거품이 되면서 B사는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 의해 민간기업에 넘어갔고, K 씨는 하루아침에 공사 직원 신분을 박탈당했다. 외환위기 후 10년이 지났지만 B사는 아직도 경영정상화 기반을 만들지 못했고, B사 직원인 K 씨는 매일매일 영업목표를 채워야 하는 영업사원으로 숨 가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직장을 잃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한 자영업자들도 최근의 경기불황이 야속하기만 하다. 지난 99년에 15년간 몸담았던 회사가 최종 부도처리되면서 눈물을 머금고 거리로 나왔던 P 씨. P 씨는 4년 전 이동통신 대리점을 낸 후 부활의 몸짓을 펼쳤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극심한 경기침체로 수개월 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P 씨는 "10년 전 젊음을 바쳐 일했던 직장이 없어지면서 피눈물을 쏟았다. 재기의 틀을 다시 만들기도 전에 또 다시 생존의 문제가 대두됐다"며 "IMF 외환위기를 벗어났다고 자랑하던 정부는 이제 와서 뭘 하고 있는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조차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에 따르면 지난 96년 68.5%를 차지했던 중산층(가처분소득기준 50∼150% 해당 가구)이 2000년에는 61.9%, 2006년에는 58.5%로 10년 동안 10%의 중산층이 없어졌다. 결국 대한민국 경제의 기둥인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기초체력이 약한 대전·충청권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