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 기름이 없어요(?).”

지난 주말 차량의 휘발유를 주유하기 위해 청주지역의 한 주유소를 찾은 A 씨는 주유소에 기름이 없다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

A 씨는 주유소에 기름이 없다는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라 당혹스러웠으나 어쩔 수 없이 차를 돌려 인근 주유소를 찾아 주유했다.

A 씨는 최근 기름값이 오른다는 말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러 판매하지 않을리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주유소 관계자를 찾아 물어봤으나 정유사로부터 유류를 공급받지 못해 없다는 말만 들었다.

주유소에서 판매거부가 아닌 심각한 자금난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유사로부터 제때 기름을 공급받지 못해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주유소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지역의 유가가 상승하고 대형화된 직영주유소들이 늘어나면서 자영주유소들이 자금난으로 기름 공급도 못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는 것.

세차와 마트, 경정비 시설까지 갖추며 판매가격을 낮추고 있는 메이저급 직영주유소와 경쟁하고 있는 자영주유소는 협소한 공간에 유류가격까지 대형 주유소와 경쟁할 수 없어 점점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정유사의 유류 공급을 받을 때는 현금으로 결제를 하다보니 자금회전이 되지 않아 유류를 공급받지 못해 ‘주유소에 기름이 없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이처럼 주유소의 심각한 경영난은 휴업 및 폐업으로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주유소협회충북지회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 충북지역의 영업주유소는 758곳으로 이 가운데 39곳(누적수치)이 휴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폐업한 곳도 2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돼 주유소의 심각한 경영난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월 기준 휴·폐업 주유소가 27곳인 것을 비교할 때 14곳이 늘어난 수치로 지난 2007년 14곳에 비하면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충북지역 전체 영업주유소는 768곳이었으나 올해 들어 758곳으로 1년 새 10곳이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청주시 상당구 우암동의 B주유소는 최근 정유사로부터 결제를 제때 하지 못하면서 주유소의 문을 임시로 닫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은 흥덕구의 한 주유소에도 나타나고 있는 등 고사 직전에 놓여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충북지회 관계자는 “자영주유소 여러 곳을 운영하는 경우 비싼 임대료와 영업부진 등으로 자금 회전이 이뤄지지 않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형화 시스템을 갖추고 판매가격을 내리면서 서비스 질을 높이고 있는 직영주유소와 자영주유소는 경쟁이 되질 않아 경영난을 겪어 매각하거나 전업하는 주유소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덕 기자 ydchoi@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