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는 사람은 많은데 사려는 사람이 없고 금은방마다 난리입니다." 13일 오전 11시 청주 남문로1가의 한 귀금속 전문점. 매장을 들어서자 순금 3.75g에 소매시세는 16만 1000원, 도매시세는 14만 4000원을 알리는 금 시세 전광판을 매장 직원들이 초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 매장은 지난주 금 시세가 최고 19만 8000원까지 오르면서 주말 100여 명의 고객들이 금을 팔겠다고 찾아와 북새통을 이룬 곳이다. 그러나 돌반지 등 금을 찾는 소비자는 불과 10여 명에 불과해 가을 혼수철인데도 불구하고 매장 매출이 전년에 비해 50% 가까이 감소했다. 매장 한 관계자는 "환율인상으로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며칠 간격으로 2만∼3만 원 시세차이가 반복되고 있다"며 "너무 오른 금값으로 돌반지 거래는 거의 끊겼고 혼수를 장만하는 예비신혼부부들도 예년 같으면 하루 10쌍 이상 방문했는데 지금은 3∼5쌍이 고작"이라고 한숨지었다. 환율인상 여파로 금 가격이 폭등하면서 금을 팔겠다는 사람들은 몰리고 있지만 정작 구입하는 사람들이 줄면서 금은방 업계가 고사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청주지회에 등록된 청주지역 금은방은 142곳. 올해 들어 10곳 정도가 문을 닫았고, 현재 폐업을 결심한 곳도 7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남문로 2가 금은방매장 관계자는 "금은방은 부동산에 내놔도 다른 가게들처럼 쉽게 인수인계가 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금은방들이 비싼 임대료 등을 감당하지 못해 휴·폐업을 반복하고 있으며, 잘나간다는 대형 금은방들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값이 폭등하자 웃지 못 할 촌극(寸劇)도 빚어지고 있다. 금값이 오르자 집에 보관했던 금제품을 팔려고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매장에서는 가공비를 제외한 금액으로 금을 매입하다보니 고객들과 매장종업원간 금값 흥정을 놓고 곳곳에서 승강이가 잇따르고 있다. 사정이 어려워지자 일부 귀금속 매장에서는 최근 금 매입을 거부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최철용 한국귀금속판매업 청주지회장은 "환율인상 여파로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소비가 크게 위축돼 업계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매년 10여 곳이 폐업할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박한진 기자 adhj79@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