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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만원 권 지폐가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한 23일 대전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신권을 사용하여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고액권이 나온 것은 지난 1973년 1만 원권 이후 36년 만에 처음이다. 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 ||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는 이날 오전 6시 총 956억 원에 달하는 5만 원권을 관내 각 금융기관으로 보냈다. 또 이날 하루동안 서구 둔산동 한은 지역본부에서 시민들이 환전해 간 5만 원권도 3억 원에 이른다.
한은 대전충남본부 관계자는 “일련번호 앞자리의 화폐박물관 보관과 인터넷 경매 조치를 사전에 홍보한 덕에 과거처럼 새벽부터 새 돈을 받기 위한 장사진을 치는 모습은 없었지만 환전을 위해 한은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존 최고 화폐가치의 5배짜리 고액원이 본격 유통되면서 벌써부터 생활경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고액권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과 이에 대한 반론이 오고가는 가운데 시중에는 벌써부터 5만 원에 맞춘 상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역의 대형 마트와 백화점에는 이미 적지않은 4만 9000원대 특가 상품이 진열대를 장식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고객이나 판매자 모두 화폐단위에 맞춘 상품을 거래하는 것이 관념적으로 편할 수 밖에 없다”며 “이제는 4만 원대 상품이라도 한 장의 5만 원 지폐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에 고객들도 싸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5만 원권의 등장으로 각종 경조사 때마다 십시일반 모으던 부조금에서 ‘3만 원’은 급속히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1만 원권을 3장 넣던 것이 5만 원권의 반토막을 넣는 것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색상이 비슷해 5만 원권과 5000원 권이 헷갈릴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색상이 비슷해도 도안과 크기가 달리 구별이 분명해 착오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5만 원권을 접한 시민들의 반응에는 안심보다 걱정이 많았다. 이날 5만 원권 10장을 환전한 최 모(38·대전시 유성구) 씨는 “밝을 때야 상관 없겠지만 어두운 곳이나 급하게 요금을 치를 때 등에는 충분히 5000원과 헷갈릴 것 같다”며 “많은 색 가운데 왜 하필 5000원짜리와 비슷한 색을 사용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소상인들의 ‘잔돈 걱정’이나 분실에 대한 부담, 뇌물수수 간편화 문제 등도 여전히 우려사항으로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6년 만의 고액권 등장이지만 곧 적응기간을 거쳐 정착하게 될 것”이라며 “새 화폐단위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하룻 새 금융기관과 한국은행 창구에서 인출된 5만 원권 지폐의 액수는 대전·충청지역 1252억 원 등 전국적으로 1조 6462억 원에 달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