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인문계반을 신설하는 등 전문계고가 운영 다각화를 모색하면서 정체성 논란 또한 가열되고 있다.<본보 23일자 6면 보도 등>
졸업 후 취업률이 3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인문계반까지 신설되면서 전문기능인을 양성한다는 전문계고의 설립목적이 퇴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수가 수년째 감소하며 ‘위기’를 맞고 있는 전문계고가 인문계고와의 차별성을 잃을 경우 존립기반 자체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대전시교육청과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내 전문계고교는 최근 5년 동안 학생수가 10% 이상 감소하며 학생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의 경우 2005년 1만 3695명이었던 전문계고 학생수는 올해 1만 1686명으로 15% 가까이 감소했고 충남은 2005년 1만 8830명이었던 학생수가 올해 1만 4491명으로 23%가 줄었다.
더욱이 상당수 학생이 인문계고 진학에 실패한 후 차선책으로 전문계고를 선택하고 있어 전문계고는 점차 전문가 양성이라는 위상을 잃어가는 형편이다.
이 같은 현실은 전문계고교생들의 졸업 후 진로현황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양 교육청의 2008학년도 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문계고 졸업생 중 취업자의 비율은 대전이 29%, 충남이 29.8%에 그쳤다.
과거 대부분의 졸업생이 취업을 선택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 전문계고 학생의 10명 중 7명은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다는 것.
올초 전문계고를 졸업한 천안의 김 모(19) 군은 “취업의 길이 워낙 좁아 대부분의 학생들이 더 높은 이력을 쌓기 위해 대학으로 진학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문계고가 위기를 맞으면서 일선 학교들은 학과를 개편하며 활로를 찾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 전문계고들은 인문계반을 신설, 다양한 진로를 원하는 학생 요구에 발맞춰 ‘통합형 고교’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중이다.
실제 충남지역의 경우 2005년 인문계반이 설치된 전문계고교가 2개교에 불과했지만 올해 7개교로 급격히 증가했고 강경상업정보고와 청양고도 내년 인문계반 신설을 확정지은 상황이다.
이러한 세태에 전문계고의 정체성을 둔 교육계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의 한 교육관계자는 “인문계반을 설치하는 것은 전문계고의 장점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차별화 전략과 함께 무료급식, 무상교육, 취업특혜 등의 실질적 유인책이 펼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