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300여만 원을 선고받은 A 씨.

당장 벌금으로 낼 목돈을 구할 방법이 없었던 A 씨는 결국 하루에 5만 원의 일당이 계산되는 노역장행을 택했다.

최근 청주교도소 노역장에서 나온 B 씨도 교통사고 특례법으로 벌금 150여만 원을 선고 받았지만 돈을 구할 방법이 없어 노역장에서 30여 일을 몸으로 때울 수 밖에 없었다.

◆벌금 낼 돈 없어서 강제노역=경기침체로 음주운전 등 약식기소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벌금을 교도소에서 노역으로 대신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청주시 미평동의 청주교도소. 이곳의 노역수형자 사동에는 벌금을 내지 못해 강제노역 하러 오는 이들이 하루평균 3~4명에 이른다.

23일 현재 19명의 노역수형자가 강제노역을 하고 있다.

청주지검에 따르면 벌금을 내지 못해 노동으로 이를 대신하는 노역수형자 수는 지난해 1100여 명으로 지난 2007년 1020여 명과 비교해 50여 명 이상 증가했다.

“벌금을 내는 대신 몸으로 때우는 노역을 하는 수형자들을 보면 사람 살기가 많이 어려워진 것 같다”는 게 교도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최근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미납자에 대해 사회봉사로 대체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오는 9월부터 시행 됨에 따라 벌금 분납자가 늘면서 노역수형자 수가 줄었지만 벌금을 몸으로 때우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꾸준하다는 것이 교도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주교도소에서 생활하는 노역수형자 대부분은 단순 절도와 폭행, 음주운전 등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100만 원 안팎의 벌금형을 받은 이들로 단돈 10만 원이 없어서 5만 원씩 2일을 몸으로 때우는 경우도 있다.

벌금형이 징역형에 해당하는 집행유예보다 낮은 형벌에 속하지만 벌금형을 받아도 낼 돈이 없어 노역을 택한 노역수형자들은 “벌금형보다 차라리 집행유예를 받는 것이 낫다”고 푸념하기도 한다.

교도소 관계자는 “노역장을 거쳐간 수형자 중에는 밖에 있을 때 자비로 치료받을 돈이 없어 사소한 사건을 저지른 뒤 일부러 노역장 행을 택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노역장 안에서는 기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벌금 분납자 증가=경기침체에 벌금을 나눠 내려는 벌금 분납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내지 못해 수배돼 잡혀온 B 씨는 우선 30만 원을 납부하고 나머지는 5개월에 걸쳐 분납하기로 하고 석방조치됐고 상표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받은 C 씨도 벌금을 3개월에 걸쳐 분납하기로 했다.

청주지검에 따르면 납부 연기를 포함한 벌금 분납 건수는 지난해 313건으로 지난 2007년 155건과 비교해 158건 증가했다. 올해만 하더라도 지난 12일 까지 564건에 이른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300만 원 이하 벌금 미납자 사회봉사 대체 법안의 영향이 벌금 분납자 증가의 원인으로 풀이되지만 검찰의 지난 3월 서민 생계에 대한 경감조치 실시와 함께 경기침체의 영향이 벌금 분납자 증가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워 벌금을 제때 내지 못한 사람들이 수배자가 되기도 한다”며 “벌금 분납 및 납부 연기를 하면 분납 기간 또는 연기된 기간 동안 수배와 노역장 유치 등을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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