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환자들의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과 같은 중증질환뿐만 아니라 고혈압 등 만성질환까지 수도권의 이른바 '빅(Big)4' 병원을 찾아 원정진료를 받는 지방 환자들이 늘고 있어 중소병원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2일 서울에 있는 4대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 중 지방환자 비율이 지난 2007년 기준으로 평균 48.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빅4' 병원의 평균 지방환자 비율은 지난 2002년 41.2%에서 2007년에는 절반 수준까지 육박해 서울 소재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추세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4대 대형병원은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으로 총 진료비 기준과 병상 등 규모 면에서 다른 대형병원을 크게 압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병원에 지급된 건강보험 진료비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빅4' 병원의 건보 진료비는 1조 6934억 원으로 43개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종합전문요양기관) 전체 건보 진료비인 5조 2675억 원의 3분의 1(32.1%) 수준에 달했다.

이들 4대 대형병원의 건보 진료비가 지난 2005년 1조 580억 원임을 감안하면 3년 만에 60%가 증가한 셈이다.

‘빅4’ 병원에서 진료일수가 가장 많은 질환은 '암'이 차지했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각각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중소병원에서도 관리를 받을 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섯 번째로 이용빈도가 많은 질환이 '감기'로 확인돼 중증질환 치료와 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설립된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이 중소병원에서 처리할 수 있는 만성질환과 감기진료에 지나치게 많이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수도권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곧바로 중소병원들의 심각한 경영난을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전국의 100병상 미만 중소병원 도산율이 9.3%에 달하는 등 지역의 중소병원들의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의료업계 관계자는 "환자들이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상경치료'에 나섰다가 정작 해당병원에서 지역의 의료기관을 추천해 되돌아오는 '유턴환자'도 적지 않다"며 "무작정 수도권의 대형병원만을 선호하지 말고 치료 분야별로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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