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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한 주부가 대형 마트에서 매장을 둘러보면서 가격을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 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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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주부 장보기!
16일 본보 취재진은 전통시장과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비교를 위해 전업주부와 함께 대전의 한 전통시장과 대형 마트를 찾았다.
동행한 이 모(31) 씨는 25살부터 가계부를 쓴 7년 차 전업주부다.
먼저 찾은 곳은 대전 중구에 소재의 A전통시장.
이 씨는 단골인 길가의 야채상에서 무와 대파를 골랐다.
상인과 한참의 흥정 끝에 무와 대파를 각각 1000원, 2000원에 구입했다.
그녀가 부추를 500원어치만 팔라고 하자 야채상은 “500원어치는 팔지 않지만 단골이니까…”라며 부추 한 움큼을 집어 건넸다.
이 씨는 또 인근의 생선가게에서 조림용 고등어 한 손을 4000원에 샀다. 이 씨가 A시장에서 지출한 돈은 모두 7500원.
이 씨는 “식구가 둘뿐이라 이 정도면 내일 저녁 때까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본보 취재진과 이 씨는 인근의 B대형 마트로 이동했다.
마트에 도착해 신선식품 코너를 먼저 찾은 그녀는 야채류의 가격표를 여러번 살펴 본 뒤 “신선도나 제품의 크기로 보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전통시장에서 1000원에 깎아 구입한 무 1개는 1480원으로, 대형 마트가 절반 정도 비쌌다.
2000원에 산 대파 역시 2820원으로 표시돼 있었다.
이 씨는 “신선도나 가격을 떠나 양만 봐도 대형 마트가 눈에 띄게 적다”며 “시장에서 산 대파면 2주는 넉넉히 먹고도 남는데 마트는 1주일분 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신선식품코너를 더 둘러보면서 전통시장에서 적었던 채소류 가격과 비교를 시작했다.
시장에서 2000원이면 살 수 있는 배추 1포기가 마트에서는 2650원으로 크기도 작아 보였다.
당근, 고추, 마늘 등의 채소류가 전통시장과 비교했을 때 200~1000원 정도 비쌌다.
생선코너도 사정은 비슷했다.
시장에서 4000원에 구입한 고등어는 B마트에서 500원 비싼 45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장보기를 마친 이 씨는 “품목별 가격을 비교해 보면 농수산물의 경우 가격 면에서 전통시장이 월등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대형 마트의 경우 조명시설이나 매장 분위기 등으로 상품이 신선해 보이지만 집에 가서 확인해 보면 전통시장 것과 크게 다를 것 없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가 내세우는 가격 경쟁력은 전통시장에 비해 턱없이 비싸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었다.
◆대형 마트 농산물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최저가격과 최고가격을 보인 A시장과 B마트의 일부 농산물의 가격차는 최고 3000원이었다.
육안상 포장을 제외한 품질상태나 신선도 등은 오히려 전통시장이 더 신선해 보이기도 했다.
포장비 등 기타 유지비를 고려해도 산지 상품을 직배송해 싸게 판다는 대형 마트라는 사실이 무색했다.
이에 대해 B대형 마트 관계자는 “똑같은 농축산물인데도 대형 마트가 전통시장보다 훨씬 비싼 것은 유통비용 차이라기보다 매장관리비와 인건비 등 부대비용이 제품 가격에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시장 농산물, 좋기만 한가?
물론 전통시장은 이른바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처럼 시기별 가격변동도 심하고 가격 결정의 객관성을 찾아보기 힘든 면도 있다.
또 요즘 같이 수입산 농산물이 범람하는 시기에는 원산지표시제의 중요성이 더 부각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믿고 살 수 있도록 전통시장은 물론 대형 마트에서도 원산지를 정확히 표시 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대형 마트보다 우위에 있는 가격 경쟁력을 지니고도 전통시장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원산지표시에 대한 불신’이 한몫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번 동행 취재에서도 전통시장은 원산지 표시가 미흡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중국 농산물이 대량 수입되는 상황인데도 전통시장에서 파는 농산물의 절반 이상은 원산지를 밝히지 않아 불신을 키우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산지표시율이 높은 대형 마트와 비교할 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순재 기자 ksj2pro@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