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증시가 100포인트가 넘는 대 폭락장을 연출하면서 대전 모 증권사 객장 의자에 등을 기댄 투자자들이 지친 모습으로 앉아 있다. 신현종 기자 shj0000@cctoday.co.kr
지난 주말 대전의 모 증권사 객장은 국내 증시가 일거에 100포인트가 넘는 대폭락장을 연출하면서 한숨과 탄식이 흥건했다. 투자자들은 객장 의자에 등을 기댄 채 하락세를 뜻하는 푸른색으로 뒤덮인 시세판을 애써 외면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더군다나 이날 폭락장은 전날 기준금리 인하조치와 미국의 금융구제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던 터라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이날 큰 손실을 입은 A(49·대전시 서구) 씨는 "매수타임이 임박했다는 말에 남은 자금을 모두 쏟아 부었는데 이렇게 떨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집사람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금융시장의 회복을 기대하던 투자자들은 더 이상의 희망을 버린 채 심리적 공황을 겪고 있다.
특히 거듭된 하락세를 바닥권으로 인식하고 대출계좌까지 만들었던 고객들은 속절없이 무너진 주가에 큰 손실을 입었다.
객장의 한 고객은 "바닥권 인식에 반등을 기대하며 대출로 매수를 했던 상당수의 투자자들 가운데 이른바 깡통계좌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들은 담보로 설정된 기존 보유량마저 모두 털리면서 원금손실은 물론 막대한 빚을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를 권유한 금융사 측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등 분쟁도 급등하고 있다.
모 증권사 지점장은 "그동안 증권사들이 저가매수를 권했던 터여서 이를 원망하는 항의가 거의 '봉기' 수준"이라며 "이번 폭락은 대부분 예측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어서 대처하기가 상당히 당황스럽다"고 난색을 표했다.
예상을 벗어난 폭락장에 금융 전문가들도 이렇다 할 전망을 내놓지 못한 채 더 이상의 돌출 악재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증권 관계자는 "주가 사이클이 바닥을 나타냈고 수많은 구제방안이 제시된 상황에서도 반등은커녕 저지선이 완전히 뚫리면서 더 이상의 예측과 분석은 무의미하다"며 "지금으로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각국의 대응과 시장 분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