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탕… 탕'

1974년 8월 15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국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 이날 장충동 극장을 찾은 육영수 여사는 이 행사를 끝으로 세상과 이별했다.

35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가 저격을 당했을 때 바로 옆에서 부축해 병원으로 옮겼던 탁금선 씨가 향년 84세를 일기로 지난 6일 별세하고, 8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탁 씨는 일제 치하에서 활발한 항일운동으로 애국장을 수여받은 남편 고 박해근(1973년 작고) 씨의 미망인 자격으로 지난 1974년 광복절 행사에 초청됐고, 이날의 비극적인 사건에 또 다른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고인은 생전 그날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했다고 전해진다.

지인들에 따르면 탁 씨는 당시 기념식장에서 쓰러진 육 여사를 보고, 1m 높이의 단상으로 뛰어올라가 육 여사를 부축하며, 병원까지 함께 이동했다.

탁 씨는 육 여사의 총상 부위에 손수건을 갖다 대며 지혈을 했고, 육 여사는 탁 씨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말 한마디 못하고 가쁜 숨을 내쉬며 병원으로 향했다.

이 때 흘렸던 육 여사의 피는 탁 씨의 한복을 적셨고, 국민장이 끝난 뒤 박 전 대통령은 탁 씨와 딸 박경숙(54) 씨를 청와대로 불렀다고 한다.

8일 대전현충원에서 만난 탁 씨의 외동딸 박경숙(54) 씨는 "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이 당시 저희 모녀를 맞아주었고, 박 전 대통령의 배려로 한 은행에 취업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아버지는 독립투사셨지만 어머니도 여장부였다. 총성이 울리고, 긴박한 상황에서 '쓰러진 육 여사를 부축해 병원까지 따라갔다'는 말을 들려주시곤 했다"며 “현충일날 거짓말처럼 눈을 감으셨고, 이제 늘 그리워하던 국립대전현충원 아버지 곁으로 가시게 됐다”며 애써 감추던 울음을 터뜨렸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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