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나 PDA, MP3 플레이어, 노트북 등 첨단 전자제품의 생명은 바로 2차전지에서 비롯된다.

벽걸이용 시계나 장난감, 간이 의료기 등에 들어가는 1차전지로는 감당이 안 되는, 전력 소모가 많은 전자제품에는 2차전지(충전지)가 필수다.

일반적으로 콘센트에 전력선을 연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문제될 게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휴대하기 간편한 전지가 꼭 필요한 데 그렇다고 한 번 수명을 다 하면 폐기처분되는 1차전지를 계속 활용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2차전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돼 버렸다.

▲급증하는 2차전지 수요

한국기업이 2차전지 시장에 뛰어든 건 1999년 LG화학이 리튬이온전지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면서부터다.

이후 삼성SDI가 가세하면서 전세계 2차전지 시장의 95% 이상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일본의 시장 점유율을 최근 50% 정도까지 끌어 내렸다.

나머지 절반은 한국과 중국이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한국의 2자전지 공급은 삼성SDI와 LG화학이 견인하고 있다.

충남 천안에 입주해 있는 삼성SDI의 경우 일본 산요나 소니 등 2차전지 업계의 전통적인 강자를 뒤쫓고 있지만 이르면 내년쯤 이들을 추월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2차전지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견인해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동공구 등에 필요한 2차전지 기술의 100% 국산화를 넘어 최고 수준의 2차전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만큼 2차전지 시장은 한층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상황이다.

▲유미코아의 관심

삼성SDI의 이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은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한 유미코아에겐 또 다른 기회다.

한국의 2차전지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유미코아가 보유한 2차전지 소재의 쓰임새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2차전지는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 등 크게 4대 소재로 이뤄진다.

유미코아는 이 가운데 양극 부분을 채울 양극활물질(리튬코발트산화물) 제조기술을 갖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이 2차전지 시장점유율 확대에 사활을 건 상황에서 자본력과 기술력을 겸비한 유미코아가 한국 시장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을 이유가 없다.

▲유미코아의 상륙

벨기에에 본사를 둔 유미코아가 한국 2차전지 시장에 발을 들인 건 우리나라가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1999년이다.

당시 유미코아는 175억 원의 자본금으로 한국유미코아를 설립, 천안외국인투자지역(차암동) 2만 3550㎡ 부지에 2차 리튬이온전지 양극활물질 생산시설을 갖추고 사업을 본격화하는 한편 연구개발(R&D)센터도 함께 운용하면서 미래를 담보했다.

시장 진출 직후 100억 원 정도였던 매출은 연간 생산량을 6000t까지 끌어 올리면서 2007년 2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여전히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2차전지 시장이 커지면서 유미코아는 공장 증설을 서둘렀다.

1000만 유로(170억 원가량)를 투자해 천안 제1공장의 생산용량을 50% 정도 끌어 올리는 수준에서 증설이 이뤄졌다.

유미코아는 지난 12일 천안 제1공장 증설 준공식을 갖고 공급영역 확대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벨기에 필립 왕세자를 위시한 경제사절단이 대거 참석해 유미코아의 위력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유미코아의 추가 투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자동차와 전동공구 등 현 정부의 역점 육성산업이 활기를 띠면서 삼성SDI가 바빠지기 시작한 만큼 유미코아도 예측가능한 수요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놓여있다.

유미코아와 충남도는 이미 지난해 10월 추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충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천안 제3산업단지 확장 예정지에 4000만 달러를 투자해 유미코아 천안 제2공장(3만 3000㎡ 부지)을 건립하는 안이 주요 골자다.

유미코아는 천안 제3산업단지 확장사업과 보조를 맞춰 연간 1만t 생산설비를 갖춘 천안 제2공장 건립에 나서 하이브리드자동차와 전동공구 등 신규 분야에 대한 2차전지 수요에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조원갑 충남도 투자유치1팀장은 “유미코아가 중국에 있는 생산시설보다 천안에 있는 생산시설에 먼저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은 우리나라에 좀 더 기회요인과 가능성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충남이 2차전지 시장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련 업체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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