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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관문인 중부고속도로 서청주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청주 도심쪽으로 2분여 달리다 보면 왼편에 웅장한 초현대식 공장이 우뚝서 있다.
이 건물이 청주의 이미지를 굴뚝산업에서 첨단산업의 메카로 바꿔 놓은 ㈜하이닉스반도체 청주 3공장이다. 복층구조의 건물엔 M11라인이 지난해 8월 준공 이후 본격 가동돼 300㎜ 웨이퍼에서 낸드플래시를 양산 중에 있고 M12라인 또한 증설을 대기하고 있다.
이는 청주가 세계 낸드플래시 생산 1번지로 등장하는 서막이다.
주 3공장은 10만 8697㎡의 부지에 건축면적이 19만 4168㎡이다. 부대시설을 포함한 연면적 규모는 29만 4637㎡에 달한다. 7500억 원의 건설비와 생산라인 설비 등을 갖추는데 모두 1조 1000억 원이 투자됐다.
공장을 짓기 위해 투입된 파일은 무려 2만 1000여 개로 24~28m 깊이로 박혔다. 철근과 철골은 4만 8000t이 투입됐으며 쏟아부은 레미콘은 트럭 4만 7000대 분량인 28만㎥나 된다. 공사현장 골조공사에 투입된 인력만 하루 2600명에 달했다. 공사 마무리까지 투입된 연인원은 줄잡아 50만 명가량 됐다.
이같이 엄청난 규모의 공장이 첫 삽을 뜨는 기공에서부터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가동되기까지는 불과 1년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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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의 이미지를 굴뚝산업에서 첨단산업의 메카로 바꿔 놓은 ㈜하이닉스반도체 청주 3공장. 이성희 기자 lsh77@cctoday.co.kr |
세계적 반도체 선두주자로 도약하려는 하이닉스의 야심찬 도전과 충북도, 청주시 등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맞물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하이닉스 청주 3공장(M11 라인) 유치 과정은 곡절로 점철돼 있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청주는 인구 65만여 명의 충북을 대표하는 핵심도시로서 고속도로, 철도, KTX 등 한반도 X축 교통망의 중심축에 위치하고 있어 전국으로 사통팔달의 편리한 광역교통망뿐만 아니라 시내 전 지역 30분대 이동이 가능한 편리한 교통체계를 갖춘 중부권 투자의 최적지다.
그러나 청주 산업단지는 서청주IC 주변에 1960~70년대에 409만 8000㎡ 규모로 조성돼 총 256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나 대부분 노후화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가지화 돼 있어 더 이상 공장입지 공간이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청주는 또한 도·소매업 등 3차 서비스산업이 75.7%로 젊은이들이 노후까지 먹고 살 수 있는 2차산업 확대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였다.
이에 따라 기업유치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청주에서는 민선 4기 첫 번째 시정목표를 ‘활력 있는 지역경제 육성’으로 정했다. 시민 모두가 잘 사는 도시 청주를 만들기 위한 길은 오직 기업유치라는 일념으로 기업유치 전담 T/F팀을 민선 4기 출범 열흘 만에 구성하고 기업유치 마스터 플랜을 마련했다. 청주를 팔기 위한 의욕적인 출발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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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는 보다 많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 지난 2007년 7월 1일자로 기업지원과를 신설하는 등 기업에 대한 마인드 혁신과 공격적인 기업유치를 위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시책을 펼쳤다.
이런 시점에 청주시는 ㈜하이닉스반도체가 2008년 공장가동 목표로 청주와 경기도 이천에 낸드(NAND) 플래시 공장이나 반도체 후처리공장 증설을 계획 중에 있다는 정보를 접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기업유치에 돌입했다. 하지만 증설계획이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아 충북도와 긴밀한 공조체제 속에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 나갔다. 마침내 하이닉스가 2010년까지 13조 5000억 원, 고용규모 6500여 명의 증설투자 정보를 입수하게 된다.
그러나 하이닉스 공장증설 관련, 당시 하이닉스 측에서는 경기도 이천만을 고집했고, 이천 측에서는 야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설문코너를 개설, 국민을 대상으로 하이닉스는 이천에 증설해야 한다며 여론을 부추겼다. 청주 유치가 점점 암울한 상황이 계속됐다.
이에 남상우 시장은 2006년 뜨거운 여름에 재정경제부, 산자부 등 관련 중앙부처를 수없이 방문, 이천공장 증설시 4개의 관련 법안을 일괄 개정해야 하는 부당성과 수도권의 젖줄인 상수원 보호구역의 환경보전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주장하며 설득해 나갔다. 하이닉스와 관련된 중앙부처에 청주공장 증설 투자시 부도업체인 ㈜삼익 부지를 제공하고 기존 하이닉스 생산공장 인근에 도로 선형을 변경해 공장부지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업용수와 전력을 추가 공급하는 등 인프라 시설 지원은 물론 하이닉스타운 조성을 위한 330만㎡ 규모의 산업단지도 조성하겠다고 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의욕적으로 마련해 지속적으로 제시하며 설득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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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06년 12월 정부 5개 관련부처 T/F팀 실사단이 이천과 청주를 비교 방문하게 되고 이 자리에서 당시 노화욱 충북도 정무부지사와 남 시장은 다시 한 번 강력한 지원 의지를 밝히며 설득,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시민단체 등 지역주민들은 일제히 상경,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결사반대 결의대회를 정부종합청사 주변 비수도권 주민들과 함께 개최했다. 하지만 이천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대통령이 수도권 내 공장허용 불가 입장을 밝히자 법을 개정해서라도 이천 증설을 허용해야 한다고 이천 시민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충북 도민들의 하나된 열정엔 못 미쳤다.
이 같은 우여곡절 끝에 2007년 4월 2일 하이닉스 반도체와 충북도, 청주시 간 투자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청주에서 전무후무한 투자유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청주의 미래를 담고 있다. 수많은 협력업체와 관련 산업을 청주로 집적시켜 첨단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청주 3공장은 청주의 굴뚝산업시대에서 21세기 무공해 첨단산업도시로 환골탈태 하는 대표적 상징물이 됐다.
최인석 기자 cisk@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