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양의 날을 맞아 대전시 서구 괴정동 한 공원에서 23개월 된 일구가 아빠 강석민 씨, 엄마 김미호 씨와 함께 환한 표정을 지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우용 기자 yongdsc@cctoday.co.kr  
 
“일구랑 함께 있는 이 시간이 제 인생 어느 때 보다도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에요. 이 느낌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요. 일구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아들이죠.”

지난 8일 오전 11시 대전 서구 괴정동 한 빌라에서 만난 일구네 가족은 모두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다. 이제 만 23개월된 일구의 재롱 때문인지 아빠 강석민(37) 씨와 엄마 김미호(38) 씨의 얼굴에는 웃음이 그치지를 않는다.

일구네 가족이 이런 행복을 찾게 된 것은 지난 2년 전 일구가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들어오고 부터다.

올해로 결혼 10주년을 맞는 일구네 가족은 한 때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다. 결혼을 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았던 것.

처음에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부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고민을 거듭하던 부부는 결혼 3년차부터 입양에 대해 조금씩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이른 탓일까. 친척들과 조카, 그리고 양가 부모님들에게 입양에 대한 생각을 내비쳤을 때 긍정적인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결혼 6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계속 생기지 않자 양가 부모님들도 점차 입양을 조언하기에 이르렀다.

계속 입양에 대해 고민을 하던 부부는 2007년 2월 홀트아동복지회 문을 두르렸다. 고민은 길었지만 막상 상담을 받은 직후부터는 입양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상담 4개월 후인 2007년 6월 그 어떤 아기보다 잘 생기고 건장한 남아 일구가 드디어 부부의 품에 안기게 됐다.

그 때부터 일구네 가족의 일상은 변하게 됐다. 부부 둘만 살던 집에는 일구를 위한 유아용 놀이기구와 책 등이 거실의 TV를 밀어냈다.

또 주중에는 새벽까지 일하던 아빠도 일구의 교육을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매일 2시간씩 일구와 함께 놀아주고 있다.

아빠 강 씨는 “하루에 2시간 정도 일구랑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구랑 함께 목욕도 하고 놀이터도 가고 모든 생활을 일구에게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엄마 김 씨도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전에는 몰랐지만 일구가 오고부터 일구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힘들다”며 미소를 지었다.

또 일구를 입양하고 나서 힘든 적은 없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씨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힘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지금도 공개입양으로 일구와 한가족이 됐지만 혹시 나중에 일구가 좀 더 자라서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 그것만 좀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입양을 생각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부들이 여아 입양만을 고려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남아들이 복지시설에 계속 머무르는 경우도 함께 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우리도 처음에는 딸을 입양하려고 했지만 홀트아동복지회에 가보니 딸을 입양하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 아들을 입양하게 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아들을 입양한게 잘한 것 같다. 일구가 없었을 때 어떻게 살았나 싶기도 한다”고 여아 선호에 대해 한 마디 말을 남겼다.

김 씨는 입양과 관련해 “모든 것이 다 좋은데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 일구를 입양하기 전 프로필을 직접 봤지만 유전적 정보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혀 없다”며 “일구가 아프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데 그런 정보를 모르는 게 한 가지 맘에 걸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일구와 함께 사는 일구네 가족은 그 어느 가정보다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성우 기자 scorpius7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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