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의 전당을 자임하던 대전시의회가 ‘민의가 없는 의회’로 변질되고 있다. ▶관련기사 21면

거듭된 파행과 파문에 대한 대전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맹비난에 아랑곳 없이 말 바꾸기와 계파싸움, 법적 근거를 빌미로 한 버티기 등을 일삼으며 ‘그들만의 의회’로 전락시키고 있다.

6일 의회 파행의 책임을 지고 사퇴키로 했던 김남욱 의장이 “의장직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에서 사퇴안이 부결된 만큼) 나의 사퇴 결심이 의미가 없어졌다"며 “의장직을 계속한다, 안한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현재 의장이기 때문에 의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본회의에서 상정된 의장 사퇴안이 부결된 이상, 의장직을 맡아도 무방하다는 논리로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그는 다만 “최근 결성된 초선의원 모임에서 대승적 측면에서 의장직을 버릴 수 없느냐고 건의해 초선의원 전원이 사퇴를 요구한다면 존중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해 의장 사퇴의 결정권을 초선의원들에게 넘겼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김학원 윤리특위위원장이 제출한 '산건위원 윤리위 회부' 건과 관련한 자료요구건에 서명하고, 행사참여 등 공식 업무에 복귀했다.

김 의장의 ‘의장직 유지’ 발언은 지난해 7월 후반기 원구성 이후 끊임없이 되풀이되던 파행을 해결 방안 없이 원점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김 의장의 복귀 선언에 동료 의원들도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초선의원 대변인을 맡은 곽영교 의원(서구2)은 “(개인 입장에서) 의장직을 사퇴하겠다는 김 의장의 약속은 의원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7일 초선의원 모임을 열고 김 의장의 사퇴에 대해 논의해 볼 계획이지만 참여의원 전원의 의견을 일치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해 김 의장이 제시한 ‘초선의원 전원 사퇴요구 수용’이라는 제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게 봤다.

익명을 요구한 주류 측의 A 의원은 “의회 내 주류-비주류의 갈등이 전혀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 의장이 의장직을 다시 맡겠다고 나선 것은 당황스럽다”며 “비주류 측의 반발과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비난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대책이 안 선다”고 난처해했다.

또 다른 시의원은 “후임 의장으로 나섰던 이상태 의원과 심준홍 의원 중 누가 의장이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김 의장의 사퇴 결단으로 의회가 정상화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며 “김 의장의 복귀로 의회 내 갈등이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비난 성명을 준비하는 등 반발이 예상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김 의장의 복귀는 김 의장 개인의 차원을 넘어 의회 전체가 의회 정상화를 요구하는 시민 전체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민의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대전시의회 의원들에 대한 퇴진 운동을 벌여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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