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사용 자제가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쓰레기 감량화 등을 내세우며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계도하고 있는 공공기관마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대전지부(이하 소시모)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대전지역 공공기관(10곳) 종사자 474명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면접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회용품(종이컵 등) 사용 여부에 대해 응답자의 68.9%(327명)가 사용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은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가운데 하루 1개 이하 사용자는 140명(42.8%)에 불과했고, 절반 이상은 하루 2개 이상의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4.9%가 ‘쉽게 사용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으며, ‘사용 후 처리가 용이해서’라는 응답(34.2%)이 뒤를 이었다.
소시모의 ‘다회용기 사용실천 운동’ 동참 여부와 관련해서는 20.9%(93명)가 ‘동참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시민 심 모(36) 씨는 “시민들에게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권장하는 공공기관이 왜 일회용품을 애용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며 “일회용품 감량화 정책에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역행하는 것은 시민들을 우롱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 김 모(48) 씨도 “신문에 실린 공공기관 회의 사진을 보면 대부분 탁자 위에 생수병과 종이컵이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솔선수범해야 할 공공기관에 왜 일회용품을 ‘애용(?)’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지원 소시모 대표는 “지도적 위치에 있는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폐기물 감량을 유도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일회용품의 간편성에 길들여진 생활과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소시모는 공공기관의 다회용기 사용 생활화를 유도하기 위해 각 기관들과 ‘다회용기 사용 실천 운동’협약을 맺을 방침이다.
권순재 기자 ksj2pro@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