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저를 보고 반가워하시는 것만으로도 저에겐 큰 행복입니다.”

장세정(47) 대한적십자 대덕지회장의 하루는 아침 일찍 혼자 사는 동네 어르신들을 찾아뵙는 것으로 시작된다.

회원들과 함께 묵은 빨래와 청소를 하고 식사를 챙겨드리고 나면 하루가 짧다.

장 회장이 사회 봉사를 시작한 것은 고향인 경북 김천에서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장 회장은 합창단 활동을 통해 소년원과 교도소 등을 돌아다니며 정기적인 공연을 펼치면서 봉사에 발을 디뎠다.

장 회장은 지난 1993년 남편과 함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대전으로 이사를 왔다. 낮선 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하나 둘 만나면서 적응해가던 중에 장 회장은 98년 적십자 대덕 법2동 지회가 만들어지면서 다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법2동 회장을 맡으면서 장 회장은 지역 내 저소득층 외에도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다문화가정과 새터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새롭게 진행했다. 체육대회를 통해 이들을 밖으로 이끌어 냈고, 김장하기와 한옥마을 견학 등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를 알렸다.

특히 새터민의 경우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이들과 가까이 하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나이가 많은 분들의 경우 한국전쟁의 상처로 인해 그 정도는 더 심했다.

장 회장은 “처음엔 나이 드신 한 할머니에게 젊은 새터민 새댁을 소개시켜드렸더니 화를 내시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장 회장의 정성과 마음을 알 게 된 이들은 나중에 친정 엄마와 딸의 관계로 발전했다. 장 회장은 “할머니께서는 예쁜 딸을 줘서, 새터민 새댁은 따뜻한 엄마을 줘서 고맙다고 하더라”며 “그 일을 계기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접근방식에 있어 좀 더 신경을 쓰게 됐고 동시에 자신감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앞으로 새터민 어르신들을 위한 팔순잔치와 합동결혼식 외에도 다문화가정과 새터민을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올해는 새터민 농촌체험과 다문화가정 체육대회를 열고 싶다”며 “더 나아가 생각이 달라 지금은 잘 어울리지 못하지만 새터민과 다문화가정 서로가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남희 기자 nhhan@cctoday.co.kr

사진=대덕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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