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둔 농민들이 반가운 봄비도 뒤로한 채 폭등한 비료값과 농약값 등 농사비 부담으로 시름하고 있다.

20일 ‘곡식을 윤택하게 만드는 비’가 내린다는 절기 곡우(穀雨 )를 맞아 대전·충청지역에도 그동안의 가뭄을 씻어내리듯 적지 않은 비가 내렸지만, 정작 농민들은 기쁜마음보다는 올 농사비 걱정에 한숨짓고 있다.

대전시 유성구에서 농사를 짓는 A(50) 씨는 최근 모내기 전에 뿌려야 하는 복합비료를 구입하려 했다가 2배 이상 오른 가격에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비료 가운데 가장 널리 쓰이며 특히 지금처럼 곡식을 심기 전에 미리 줘야하는 복합비료의 경우 지난해 포대(20㎏) 당 9800원이던 것이 지금은 무려 2만 3000원으로 폭등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지금 농민들에게는 가뭄 걱정보다도 더 큰게 농사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치솟은 농약 값도 농민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있다.

각종 농약 값이 많게는 전년대비 2~3배 치솟으면서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영농의지를 꺾고 있다.

정부와 농협에서 어느 정도 지원이 되는 비료와 달리, 농약 값은 지원이 거의 없다시피 해 농민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더욱 심각하다.

대전 인근에서 논 23만 1406㎡(7만 평)를 경작하는 박 모(45) 씨는 지난해에도 최소한의 농약 값으로만 무려 1300만 원 지출했지만, 올해에는 2000만 원을 넘어설 전망이어서 걱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게다가 트랙터용 로터리 날도 개당 40%가까이 오르는 등 농기계부품 값까지도 박 씨를 애태우고 있다.

박 씨는 “지난해에도 농약 값을 대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었는데 올해는 무슨 수로 농사를 짓냐”며 “여기에 농기계부품 값이나 자재 값도 지나치게 오르고 있어 농민들만 죽어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농민들의 어려움에도 각종 농자재 값은 환율과 국제 원자재 가격을 핑계로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원유 값 하락으로 폭등하던 요소비료 가격이 포대당 1만 4400원까지 내렸지만, 인광석과 가리 등의 원료를 필요로 하는 복합비료는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농사철을 맞아 아시아와 남미 등에서 수요가 크게 늘면 원자재 가격이 더욱 오를 수도 있어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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