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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볼 때마다 자신이 장애를 물려준 것 같다는 자괴감에 마음이 편치 않던 박 씨는 요즘 또 한 가지 걱정이 늘었다. 장애를 물려준 것도 모자라 가난까지 물려줘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힘겹다. 몇 차례 취업을 시도했다 실패하며 편견의 높은 벽을 경험한 그는 정부에서 지원되는 생계급여로 하루 하루를 연명하고 있지만 저축할 여력이 없어 아들에게 물려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자신이 죽고난 뒤 험난한 세상에 홀로 남겨질 아들을 생각하면 눈 앞이 캄캄해진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시행하고 공공 부문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2%에서 3%로 높이는 등 장애인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장애인들의 삶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관련기사 3·9·11·16·17면
최근 전례 없는 경기악화로 장애인들의 경제력은 더욱 나빠지고 있고 저소득 장애인 비율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지만 소득이 보장되지 않아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는 것이 현재 저소득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이다.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전체 장애인 중 기초생활수급장애인과 차상위 장애인을 합친 저소득 장애인은 지난 2007년 6월 말 기준 1만 313명에서 2008년 12월 말 기준 1만 2594명으로 2000여 명이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차상위 장애인 요건이 완화된 원인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경기침체의 여파로 장애인들의 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장애인에 대한 고용률은 정부가 의무고용비율로 정한 2%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1.76%로 저조했다.
또한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장애인 고용동향’에 따르면 2008년도 3분기 장애인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6.3% 낮아진데 이어 4분기에도 6.38%가 감소했다. 특히 중증장애인과 여성장애인들은 노동시장에서도 이중차별로 인해 취업이 더욱 힘든 것이 현실이다.
정부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다수 기업체들은 비교적 노동력이 있는 경증장애인을 선호하고 있고 임신과 출산, 육아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남성장애인들을 우선 채용한다. 이러한 이중차별로 인해 중증여성장애인들은 경제활동 참여는 물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미래마저도 꿈꿀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시선도 예전보다는 많이 개선됐으나 아직도 갈길이 멀다.
자신도 언젠가는 장애인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장애인들을 동등한 사회구성으로 인정해주고 배려해주는 마음이 아쉽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정민영 대전시지회장은 “장애인복지는 경제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현 정부는 모든 것을 경제논리로만 봐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위협하고 있다. 진정으로 장애인을 위한다면 정부가 먼저 이런 편견을 버려야 한다”며 “일반시민들도 장애인들은 정부와 사회로부터 혜택과 도움만을 받는 존재로만 여기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장애인들도 사회활동 참여를 원하고 있고 충분히 사회구성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고 말했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