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자기 역사에 크고 굵은 획을 그은 철화분청사기의 모태이자 조선 전기의 주요 도자기유적 중 하나인 공주학봉리도요지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계룡산 일대의 가마터들은 일제시대인 1927년 이후 진행된 몇 차례의 지표 및 발굴조사를 통해 그 모습이 많이 규명되고, 학계와 작가 등에 의해 철화분청사기의 문화적, 예술적 가치 등이 재조명됐으나, 일반 시민들은 그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된 '계룡산 도자기축제' 기간 중 동학사 집단시설지구는 40만 명의 관광객이 운집하는 등 성황을 이뤘으나, 정작 축제 명칭의 기원이 된 공주학봉리도요지에 관심을 갖는 방문객은 찾기 어려웠다. 유물만 확인한 뒤 발굴터를 그대로 덮어둔 채 이렇다 할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공주학봉리도요지와 '철화분청사기'의 진가를 알릴 수 있는 홍보 인프라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학사 집단시설지구의 한켠에 위치한 공주학봉리도요지는 사적 제333호를 알리는 표지석과 간략한 설명을 곁들인 안내판만 덩그러니 서 있을 뿐 허름하기 짝이 없다. 더욱이 표지석 등이 철망 울타리 안쪽에만 설치돼 있어 충분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인접한 도로를 지나더라도 유적지의 존재를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다. 공주시는 지난 2007년 9월 '공주 학봉리도요지 종합정비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나,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공주시 관계자는 "철화분청사기의 사실상 유일한 생산지이자 조선 전기 도자기문화의 중심지인 학봉리에 도자기전시관과 체험장이 건립돼야 한다고 문화재청 등에 지속 요구하고 있는 상태"라며 "정부의 지원이 없는 정비계획의 독자추진은 사실상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방룡 국립공주박물관장은 "철화분청이라는 다른 곳에 없는 독특한 미적세계를 연 계룡산 도공들의 예술혼 재조명과 활용 등을 위해 국가와 지역사회, 학계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주=이성열 기자 lsyy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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