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일제의 강점을 벗어난지 반세기가 넘어섰지만 일선 교육현장은 일제의 잔재들을 청산하지 못한 채 또 다시 다음 세대로 넘길 판이다. 최근 명문고들의 비판없는 일본 강점기 역사 승계가 뜨거운 논란을 빚는 가운데 민족의 혼 정립과 올바른 역사관 정립 차원에서 교육계 내 일제 잔재들을 시급히 청산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본보 13·14일자 1면 보도>본보 취재 결과, 광복 60여 년이 지났지만 관계기관의 방임과 박약한 의지 속에 교육당국과 일선 학교현장에 일제 잔재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도교육청과 도내 15개 시·군 교육청은 정부가 과거사 정리 대상으로 지목한 주사, 주사보, 서기보 등 일제 시대의 직급 명칭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을 비롯한 상당수 지자체는 일본 계급 명칭 잔재인 ‘주사’ 등의 호칭 대신 ‘담당’ 등으로 직제 자체를 바꾸며 국민정서에 부응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일제 직제 청산이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인 데다 공직자들이 오랫동안 사용해 전달력이 높고 ‘담당’ 등 다른 직제를 사용할 경우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상당수 공공기관들이 청산에 나선 점을 고려할 때 도교육청의 의지 부족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유치원’이란 명칭도 일제 잔재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유치원’이란 명칭은 지난 1897년 일본인들이 한국에 들어오며 그들의 자녀들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중국은 45년 일본 패망 후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유치원을 ‘유아원’으로 바꿨지만 우리나라는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며 여전히 유치원이란 명칭을 쓰고 있다.

또 주위에 흔하게 접하는 ‘평생교육’, ‘보육’이란 단어도 일본식 용어로 엄밀히 따지면 청산 대상이다.

산맥(山脈), 액자 속 태극기, 중앙이나 제일 등의 학교명칭 등 일제 잔재로 선정된 용어나 관례들도 마찬가지다. 산맥이란 용어 또한 일제 시대 때부터 사용된 개념으로 우리 선조들이 사용하던 산경개념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지만 학교 교과서에는 아직 이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광복 반세기를 넘도록 청산되지 않은 일선 유·초·중등학교의 일제 잔재들은 비판의식을 갖지 않는 교육당국의 의지가 더 큰 문제라는 데 교육계 인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05년 당시 문화관광부가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일선 학교에서 사용되는 일제 잔재들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고했지만 아직도 일선 현장에서는 별다른 개선의지 없이 그대로 사용되는 실정이다.

최근 일부 명문고의 비판없는 일본 강점기 역사승계는 일제 잔재 청산의지를 상실한 우리 세대의 현주소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교육계 원로는 “일본이 식민지 근대화론의 근거로 한국 학교들의 모습을 제시하는 날이 올까 걱정된다”며 “최근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 등 망언과 망동도 우리들의 일제 잔재 청산의지가 흐지부지된 게 원인인가 싶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공주대 이일주 교수는 “아직도 일선 교육계에는 일제의 잔재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라며 “교과부가 앞장서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학교 교육과정 등에서 통용되는 각종 일제 잔제 용어들을 시급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이석 기자 abc@cctoday.co.kr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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