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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년째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장면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방차석씨. |
“봉사는 여유 생길 때까지 기다리다보면 결국엔 못하더라구요.”
대전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 방차석(52) 씨는 지난 주말 ‘한마음사랑회’ 회원들과 함께 유성에 있는 한 양로원을 찾아 직접 자장면을 만들어 어르신들을 대접했다. 방 씨와 뜻을 모아 10년 넘게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이들은 번듯한 기업체 사장이나 회사원도 아니다. 대부분 아파트나 시장을 돌며 생선과 채소, 빵을 만들어 파는 노점상들이다. 운이 없는 날이면 하루 벌어 먹기도 힘든 생활이지만 남을 돕고 사는 마음만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풍요롭다.
한마음 사랑회(옛 한마음 상조회)가 만들어진 것도 지난 2003년 방 씨와 함께 노점을 하던 상인들의 뜻이 모아지면서부터다.
이들은 그날 팔고 남은 빵과 만두, 고기는 물론 옷가지를 모아 주변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여 지금은 매주 금요일 장이 끝나면 주변 독거노인이나 조손가정을 직접 찾아 음식과 옷가지를 전달하거나 노인들을 주변 식당에서 대접하기도 한다. 그날 장사에 따라 회비는 5000원도 되고 아예 낼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다른 곳의 도움은 받지 않고 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때문에 방 씨의 봉사활동은 조금 먼저 시작됐다.
지금은 도매시장 한편에 작은 점포를 마련하고 중도매인으로 살고 있지만 충북 괴산의 산골마을에 태어난 방 씨는 가정 형편 때문에 10살 되던 해 학교를 그만두고 객지를 떠돌기 시작했다.
서울의 한 입시학원에서 교복을 입은 또래들이 수강생으로 왔을 때 방 씨는 그곳에서 청소를 하면서 검정고시 공부를 해야 했다. 80년대 초반에 대전으로 내려와 유성장을 돌며 리어커 장사를 시작했다. 22살에 지금의 부인을 만나 술 담배를 끊고 일만 했다. 아이를 낳고 일을 한 끝에 몇 년 후 한민시장 한 켠에 내 점포를 마련했고, 2005년에는 지금의 노은시장에 들어올 수 있었다. 리어커 장사 시절 등에 업어 키우던 큰 딸은 지금 20대 후반의 소방관이 됐다.
방 씨는 “소주 한 잔 안마시면 10명, 20명의 아이들에게 맛있는 자장면을 만들어줄 수 있다”며 “봉사는 건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돌봐야하는 사회적 의무”라고 말했다.
글·사진=한남희 기자
nhha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