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동구청 앞 헌책방가의 모습. 찾는 이가 줄어 한산한 모습이지만 가끔은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새 학기가 됐지만 학생들이 나오질 않아. 학교수업이 끝나면 학원이나 도서관으로 가야하니 여기까지 책 사러 나올 시간이 없겠지."

지난 10일 오후 2시 10여 개의 헌책방이 밀집해 있는 대전 동구청 앞의 중고서점가는 인근 재래시장과는 달리 한적한 분위기다.

중고서점마다 헌책들이 빼곡히 쌓여있고 참고서, 동화책, 사전, 소설책, 고서 등 그 종류도 무척 다양하지만 이들 책의 가격은 1000~2000원 안팎. 그 미만인 책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 손님은 무슨 책?"

"3학년 애가 볼 책이요."

지나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 가끔은 흥정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한 권당 1000원도 부담이 되는지 손님들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바로 옆 중고서점도 상황은 비슷했는데 한 상인은 "하루 3만 원까지 팔리기도 하지만 안 팔리는 날도 많고 헌책을 매입하고 나면 어떤 때는 마이너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세철(75) 씨는 이곳에서만 10년 넘게 헌책을 팔아왔다.

그에 따르면 과거에는 주로 중고참고서를 구하려는 학생손님이 주를 이뤘지만 입시교육이 강조되는 등 교육환경이 바뀌면서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그 대신 낮 시간이 한가한 주부와 뒤늦게 한글을 배우는 노인들, 그리고 아파트 경비 등 책으로 시간을 때우려는 이들이 주고객이 됐다.

"새 책은 비싸니까 한 권 살 돈으로 열 권 사는 거지. 70~80년대가 피크였어. 그땐 이 장사해서 집도 사고했는데 지금은 책 읽는 사람도 많지 않고, 특히 헌책을 아이들에게 주려고 하지 않아. 예전 같으면 자식들 많아 일일이 책 사주기 힘드니까 헌책으로 대체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이들도 적게 낳고 하니까 뭐 당연한 거지."

헌책을 찾는 이들이 줄며, 문을 닫는 중고서점도 부쩍 늘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25곳이 넘었지만 지금은 그 수가 줄어 10여 곳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고 일부 중고서점들은 골동품, 고서화 등 다른 상품을 팔며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또 다른 헌책방 상인은 "올해부터는 중학교 1·2학년 교과서가 바뀌어 지난해 매입한 참고서가 쓸모 없게 됐다"며 "폐지로 처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8시 문을 연 헌책방들은 어둠이 깔리고도 한 참 뒤인 밤 9시가 되서야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밖에 내놓은 수복히 쌓인 책들을 하나 둘 들여놓는 일도 쉽지 않아 보였지만 헌책방 상인들은 한결같이 "그래도 어려운 누군가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겠어"라며 "(지금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글·사진=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