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 하락이요? 어차피 쭉 살거라서 괘념치 않습니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 크로바아파트에 거주하는 임 모(51) 씨는 매매가 동향에 무덤덤하다.

임 씨는 지난해 말부터 신규 분양아파트로 옮겨타기 위해 분주하게 발품을 팔아봤지만 기존 아파트는 가격이 하락하는 반면 신규 분양아파트의 경우 평당 1000만 원대를 육박하는 고분양가(확장 포함)를 고수하고 있어 결국 이주를 포기했다.

게다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이미 십수 년을 살아왔던 터라 주변 생활환경이 익숙한데다 노부모를 모시고 있어 낯선 아파트단지로의 이주는 여러모로 번거롭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내와 노모가 생활하면서 불편했거나 낡아 수리가 필요한 곳은 고치고 새 집 기분도 낼 겸 보수공사를 생각 중입니다.”

임 씨는 이번에 타는 적금 일부(2000여만 원)를 들여 화장실과 주방 등 몇 곳을 인테리어하기로 계획한 상태다.

기존 아파트 매매가 하락과 신규 분양아파트의 고분양가로 인한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새 아파트 구입을 포기하고 그대로 주저앉거나 여유자금으로 리모델링에 나서는 추세가 늘고 있다.

서구 월평동 인근 한 중개업자는 “서남부지구 등 신규 입주물량에 대한 기대감 하락과 향후 고분양가 지속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새 집보다는 리모델링으로 실속을 찾는 추세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월평동 A아파트 119㎡(36평)형 이상 리모델링 아파트는 같은 규모의 기본형 아파트에 비해 1000만 원 정도 시세 차이를 보이는 등 기존 전세와 매매거래에서도 이들 리모델링 아파트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매매나 전세시장에서도 리모델링을 해야 수요자의 선호도가 높다”며 “119㎡(36평)형의 경우 저층 기본형은 2억 4000만 원에, 로열층 리모델링은 3억 원선에 나와 있는 등 선호층과 함께 수선여부에 따라서도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입주 16년째를 맞는 유성구 전민동 B아파트 단지도 대부분의 가구가 적게는 1500만 원에서 3000만 원에 이르는 확장과 리모델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결국 고분양가로 인해 신규 분양아파트 갈아타기를 포기하거나 매매가 하락 위험부담을 피하려는 실수요층 사이에서 새 집보다는 리모델링된 기존 아파트를 구하거나 싸게 구입해 직접 리모델링하는 게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황의장 기자 tpr1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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