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권유로 펀드에 가입했다가 원금 손실을 입은 고객에게 은행 측이 손실액의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소비자원의 결정이 내려졌다.

이번 결정으로 지난 금융위기 이후 손해를 본 펀드 가입자들의 소송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7일 전업주부 차 모(71) 씨에게 복잡한 펀드상품을 가입시키면서 운용회사 설명 등을 제공하지 않은 우리은행에 대해 차 씨가 입은 손해의 50%를 배상하도록 조정 결정했다.

차 씨는 그동안 5000만 원을 1년 단위로 정기예금에 예치하며 이자를 받아오다, 지난 2007년 6월 4일 예금 만기일을 맞아 우리은행을 찾았다가 은행직원의 권유로 ‘우리CS 헤지펀드 인덱스 알파파생상품 투자신탁'에 가입했다.

이후 금융위기가 이어지면서 손실이 커진 차 씨는 결국 지난해 8월 1117만 원 손해를 입은 채 환매했다,

소비자원은 이번 사안에서 우리은행 측이 그동안 정기예금을 여러번 갱신하는 등 안정적 투자 성향의 고객임을 알 수 있는 차 씨에게 복잡한 내용의 파생투자상품 권유하면서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우리은행이 차 씨에게 투자설명서를 제공하지 않고도 차 씨로부터 투자설명서를 제공받았다는 내용의 자필 기록을 유도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채권 및 헤지펀드, 지수 등에 투자하는 이 상품을 71세의 전업주부인 차 씨가 이해하기 어려워 투자를 권유하기가 적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확한 설명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원은 차 씨에 대해서도 은행 측의 권유가 있어도 주의를 기울여 상품의 구조와 상품운용사 등을 꼼꼼히 살피지 않고 서명날인한 점을 들어 은행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이번 결정은 소비자원이 과거 유사한 펀드관련 손해배상에 기각 결정을 내렸던 전례를 뒤집는 것이다.

소비자원은 앞서 이와 비슷한 사례에 대해 펀드 가입자가 수 차례 펀드 투자경험이 있고, 은행을 방문해 적극적으로 펀드가입에 대해 문의했으며, 은행 측이 설명서 등을 토대로 내용에 대해 설명했던 사안에 대해 소비자의 손해배상 요구를 기각했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은행은 상품의 특성과 위험성 및 고객의 투자경험을 종합해 적합한 상품을 권유하는 등 고객을 보호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소비자 역시 펀드 상품에 가입할 때 상품의 구조 및 위험성이 정확히 이해되는 상품을 확인하고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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