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금융구제안 부결이라는 초대형 악재에 국내 금융시장이 또 휘청였다. 고공행진을 계속하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경상수지 적자폭 증가와 미국 금융 불안이 더해지면서 그동안 간신히 유지하던 1200원 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국내 증시는 핵폭탄급 미국발 악재에 8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며 크게 흔들렸지만 뒷심으로 낙폭을 줄이며 투자자들의 간담을 쓸어내렸다.
◆원·달러 환율 1200원 돌파
30일 국내 외환시장은 혼란과 동요로 들썩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경상수지 적자 발표와 미국 금융구제안 부결 소식으로 개장과 동시에 1200원을 가볍게 돌파한 후 매수세가 가세하면서 1230원까지 치솟다가,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상승폭을 낮추며 전날보다 18.2원 오른 120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위원회가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1일부터 공매도를 전면 금지키로 하고, 일일 자사주를 매입 한도를 현행 1%에서 10%로 확대하는 등의 긴급조치를 발표하면서 환율 상승이 둔화됐다.
여기에 기획재정부가 외환시장이 불안정할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달러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환율 잡기에 가세했지만 결국 1200원 이하로 끌어 내리는 데는 실패했다.
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필요하면 외환 현물시장에도 외환보유고를 투입해 달러 부족으로 환율이 급등하는 사태를 막겠다"고 밝혔지만, 외환보유액 감소에 따른 시장 불안으로 환율이 더욱 상승압력을 받을 우려가 도사리고 있다.
◆초대형 악재에도 선방한 코스피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예전과 달리 대형 악재에도 잘 버텨 정말 다행입니다."
현대증권 둔산지점 관계자는 모니터를 주시하며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미 하원의 구제금융안 부결 조치로 미국 증시가 지난 9·11사태 당시보다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국내 증시는 시작과 동시에 72포인트나 급락한 1383.97까지 주저앉으며 장중 한 때 1376.72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추가 상정에서의 가결 기대와 함께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줄이다 결국 전날보다 8.30포인트(0.57%) 내린 1448.06으로 장을 마치며 선방했다.
이날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833억 원과 777억 원을 순매도 했지만 기관이 1276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유지시켰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판단을 자제하면서도 이후 미국 구제금융안의 의회 통과로 심리적 안정을 찾을 것으로 조심스레 관측했다.
하이투자증권 대전지점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전체적으로 1400선을 지지하면서 위기를 잘 넘겼다"며 "실물경제가 회복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여유자금을 활용한 적립식 투자나 분할매수의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