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열 배는 더 행복하답니다.”

대전에서 유성구 원내동에서 조그마한 미용실(머리하러가자)을 운영하고 있는 유미란(40·여) 씨는 매달 셋째주 목요일 아침이면 가위와 빗을 챙겨들고 서구 오동에 위치한 복지시설 연광원을 찾는다.

유 씨는 그 곳에서 중증 지체장애인들의 머리를 다듬어주는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녀는 “끝까지 하지도 못할 일을 괜히 벌이는 것 아닌가”라는 두려움 속에 시작한 일이 벌써 2년 가까이 됐다.

유 씨가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미용사 일을 막 시작한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습미용사로 선배미용사들과 함께 아동복지기관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면서 유 씨는 “나도 미용실을 열고 마흔이 되면 남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세월이 흘러 그녀가 마흔이 될 무렵인 2007년. 우연한 기회에 사회복지사 친구로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하지 않겠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유 씨는 “꼭 해보고 싶었고 잘할 수 있으라 생각했지만 막상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도 컸다”며 “하지만 20년 전 봉사활동을 끝내고 돌아가려면 나를 붙잡고 ‘가지말라’며 울던 아이들이 생각나 결심했다”고 말했다.

미용실 문을 못 열 정도로 몸이 아파도 봉사활동을 빼먹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명절 대목에는 가게 손님들을 위해 오전 6시부터 봉사활동을 나선다고 한다.

정락황(63) 연광원 원장은 “유 원장님은 본인도 넉넉지 않으면서도 항상 밝은 모습으로 매달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찾아와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사랑의 가위손’이 되주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과 1학년 두 아들을 두고 있는 유 씨는 방학 때는 물론 학기 중이라도 체험학습원을 제출해서라도 아이들과 함께 봉사활동 현장에 간다.

유 씨는 “아이들이 그곳에서 큰 감명을 받거나 교훈을 얻기를 바라서는 아니지만 나중에 성장해서 분명 기억에 남을 것이고, 그것이 남을 도우며 살아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이유를 밝혔다.

유 씨는 또 주변에 아는 사람이나 손님들에게도 권유,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케 하고 있다. 유 씨는 “우리도 언제 어떻게 몸이 불편해질지 모르는 예비장애인”이라며 “봉사는 받는 사람도 즐겁지만 주는 사람이 느끼는 행복은 상상할 수 없는 만큼 크다”고 말하면서 활짝 웃었다.

한남희 기자 nhha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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