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의 역사를 한 눈에 보여주는 대전지역 주요 매장문화재가 발굴된 지 10년째 방치되고 있다. 문제의 문화재는 바로 대전 유성구 충남대학교(궁동 산 242-2) 내 9만 758㎡ 규모의 궁동유적지.▶관련기사 3·21면

◆백제 사비시대, 대형 문화재 발굴=궁동유적지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지난 1993년 충남대 이강승 고고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실시한 갑천 하류지역 일대에 대한 학술지표조사에서 청동기 시대부터 백제 시대 유적이 분포돼 있다는 논문이 1995년 발표되면서 당시 백제사 연구에 대형 이슈로 대두됐다.

또 지난 1999년 1월 이 일대가 충남대 대학원 기숙사 및 교수회관 신축 예정지로 알려지면서 충남대 박물관 측은 지표조사 결과와 정밀 발굴조사 허가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고, 당해 2월부터 7월까지 모두 150일간 정밀조사가 진행됐다.

그 결과 백제 사비(현재의 부여) 시대 왕실규모의 대형 석실분이 부여(왕도)가 아닌 대전에서 발굴돼 궁동유적지는 고고학계와 백제사 연구에 큰 획을 긋는 초대형 역사유적지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1999년 6월 18일 개최된 궁동 유적 지도위원회의 및 현장설명회에서도 "궁동유적지는 다양한 유적이 한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유적의 입지도 좋아 야외 박물관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 의견으로 도출됐다.

또 충남대 기숙사나 교수회관보다는 학교 구성원과 대전시민이 공유하는 현장학습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학계 측 입장이 대세로 거론됐다. 이에 따라 2000년 2월 '궁동유적지'가 대전시 기념물 제39호 지정됐다.

◆충남대·대전시의 방치와 무관심 속에 잊혀진 문화유산=시지정 문화재로 등록된 궁동유적지는 발굴 10년째를 맞고 있으나 충남대의 방치와 대전시의 무관심 속에 수풀이 우거지고, 각종 쓰레기가 뒹구는 등 훼손된 자연지역으로 전락했다. 더욱이 지난 99년 발굴된 주요 유물들은 현재 충남대 박물관 보관실에서 빛을 잃은 채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의 역사학계는 지하에 유물을 그대로 노출시킨 후 유리로 덮어 유적지의 '역사박물관화'하는 방안과 둔산·노은 선사유적지와 같은 테마공원화 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충남대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공원화 계획은 예산상의 이유로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2018년 충남대 중장기발전계획에도 궁동유적지는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밝혀졌다.

시도 예산부족과 함께 관리주체이며, 소유주인 충남대의 소극적 자세로는 시비를 투입, 공원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소유주인 충남대가 테마공원이나 역사박물관 계획조차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10억 원 이상의 시비를 투입, 조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충남대 기획처 관계자도 "궁동유적지가 역사학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체 예산을 편성, 공원화 등 유적개발에 섣불리 나설 수 없다"며 "사유재산이 아니어서 유적지 개발사업이 제한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 지정별 문화재현황

구분
구별
등록
문화재
국가
지정
시 지 정
문화재
자료
유형
무형
기념물
민속자료
169
16
153
5
98
38
17
41
2
50
동    구
42
5
37
1
24
6
4
14
0
12
중    구
38
5
33
 
21
6
8
7
0
12
서    구
12
0
12
 
5
1
0
4
0
7
유성구
32
5
27
1
20
7
2
11
0
6
대덕구
45
1
44
3
28
18
3
5
2
13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