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을 넘게 기다렸는데 내 앞에 남은 사람이 10명도 넘네요.”

지난주 입금과 공과금 납부 등을 위해 대전시 서구의 모 은행 지점을 찾은 A(52) 씨는 마냥 길어지는 대기시간이 짜증난다는 듯 말했다.

월 말이어서인지 은행 객장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고객들로 빈자리가 없었고, 자동입출금기도 쉴새 없이 작동했다.

결국 20분을 더 기다린 끝에 볼 일을 끝낸 A 씨는 “내 차례가 되니 왜 이렇게 대기시간이 오래 걸렸는지 알겠다”며 “간단히 돈만 받으면 되는데 (직원이) 자꾸만 자판을 두드려데며 ‘이거 어떻냐, 저것도 좋다’ 등 말이 많더라”고 말했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함께 인터넷·폰 뱅킹 이용의 증가로 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줄어들고 있지만, 오히려 길어지는 객장 대기시간에 고객들의 의아해하고 있다.

불경기로 실적 부담이 커진 직원들이 단순거래차 찾아오는 고객들에게도 예·적금은 물론 각종 투자 종목이나 카드상품 등을 권하며 대화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모 은행 직원은 “경기악화에 상품 가입을 겁내는 고객들이 많아진 반면 내방고객은 줄어 실적을 채우기 위해 고객을 찾아다니는 처지에 놓였다”며 “때문에 직원 입장에서는 한 명의 내방고객도 아쉬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업무방식이 고객들이 몰리는 월 말에도 계속된다는 것.

게다가 단순 업무처리를 위해 설치한 ‘빠른창구’에서도 이 같은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어 고객 불평을 초래하고 있다.

또 이런 사정은 은행직원들 간에도 대립을 불러오고 있다.

일선 영업점 직원은 “고객들이 몰릴 때에도 눈치없이 상품 설명에 열을 올리며 동료한테 일거리를 떠안기는 일부 직원들이 얄밉다”며 “결국 다른 직원들은 기다리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고객들을 응대하다가 멱살까지 잡히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반면 상품 설명과 권유는 고객에 대한 은행의 정당한 영업이자 의무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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