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여 년간 아이를 갖지 못해 고민을 하던 A(42·대전 중구) 씨 부부는 지난해 입양을 하기로 마음었다가 입양을 포기했다. A 씨는 아이를 낳지 못해 아내와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입양을 신청하려 했지만 불황이 지속되면서 월급이 동결되고 고용상태도 불안정해 아이를 키울 여건이 안되기 때문이다. 고민을 거듭하던 A 씨 부부는 결국 입양신청을 포기했다. A 씨는 “솔직히 아이 양육비가 부담이 된다”며 “당분간은 입양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 대전 서구에 사는 B(38) 씨 부부도 결혼한 지 8년이 흘렀지만 아이를 갖지 못해 1년여간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입양을 결정키로 했다. 하지만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기한파 때문에 입양 결정을 되돌릴 수 밖에 없었다. 수입은 그대로인데 아이 양육비는 천정부지 계속 올라가고 입양을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B 씨는 “오랫동안 가족들을 설득해 입양을 결정했지만 경기난으로 입양신청을 보류할 수 밖에 없었다”며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입양을 잠시 미루겠다”고 밝혔다.

국내입양이 활발해지면서 대전시 입양기관의 입양률도 상승했지만 장기화되는 불황 앞에서 주춤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7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입양 건수는 67건으로 지난 2007년 60건과 비교해 7건(11%)이 늘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불황에 국내 입양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입양건수 67건 중 상반기 입양건수는 64건으로 전체 입양건수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하반기 입양건수는 단 3건에 불과하다.

이 같은 극명한 대조는 지난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넘어갈수록 경기가 더욱 안 좋아지면서 입양신청 부부들이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신청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지역 내 한 입양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3월 입양신청자 수는 25명이었지만 올해는 8명이 줄어든 17명 밖에 안된다.

입양시설의 한 관계자는 "입양신청자 수가 지난해에 비해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자 양육비 부담 등의 이유로 입양신청 자체를 꺼려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설의 관계자도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부모의 품을 떠난 아동들에게 새로운 가정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입양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아동들이 좋은 가정에 입양돼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성우 기자 scorpius7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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