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전국 28개 무역항 중 부산, 인천, 울산, 광양, 군산, 평택·당진 등 6개 항을 국가 주요 항만으로 정해 직접 건설·운영하고, 나머지 무역항과 24개 연안항은 해당 지자체로 이관한다고 발표하면서 서산 대산항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항만법 전부개정 법률안이 지난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현재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의결대기 중으로,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서산 대산항은 기능 및 예산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민들은 대산항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여건을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생각하며, 지역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제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대산항 역할의 중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대중국 전진기지항으로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해 달라는 것이 지역민들의 요구다.
대산항은 대형 선박(30만t급 이상)이 접안할 수 있는 수심과 신속한 접안이 가능한 짧은 진입항로, 타 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안개 일수 등 국가무역항으로 좋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미 국가의 주요항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인정받은 서산 대산항은 최근 새롭게 의미가 조명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계획'은 당시 장기지구(현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서는 연기·공주지역)에 50만~100만 명 규모로 행정수도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국토를 재개편하면서 행정수도 임해관문으로 지목한 곳이 서산 대산 앞바다다.
박 전 대통령은 서산 대산과 당진 일대 가로림만에 600만 명을 수용하는 9억 9000㎡ 규모의 거대한 '중부지역종합중화학공군(群)’을 조성한 뒤 제철과 정유공장 등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했으며, 당시 이 지역에 건설하려한 항만규모는 부산항의 10배 정도로 큰 규모였다.
박 전 대통령은 이 계획 당시부터 현재 세계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중국의 성장을 예감하고, 서산 대산 앞바다에 대중국을 겨냥한 무역항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연장 선상에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서산 대산항은 전략적 차원에서 다른 무역항보다 비교우위에 있다.
이렇듯 서산 대산항은 국외적으로 보면 대중국을 위한 전진기지항으로, 국내적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충남도청 이전 등이 맞물리면서 임해관문항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룰 여건이 충분하다. 그 만큼 서산 대산항은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면서 대중국 전진기기항으로 아직 못 다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서산=박계교 기자 antisof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