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경기침체와 각종 물가가 오른 탓에 대학생들이 교재 구입을 꺼리고 있다.

환율의 영향을 받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공 원서는 아예 구입을 미루거나 필요한 부분만 복사해서 사용하는 등 외면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원서 비싸서 못 사겠다=지난해 12월 군에서 전역해 2009년도 1학기 학교에 복학한 청주대학교 경영학과 이 모(25) 씨.

이 씨는 새 학기가 시작된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전공 원서의 구입을 미루고 있다. 이유는 군에 가기 전 전공 원서의 가격과 전역 후 복학한 뒤 원서의 가격이 무려 1만 5000~2만 원가량이 올랐기 때문.

이 씨가 이번 학기에 사야 할 전공 원서 만도 4권. 이 금액은 군 입대 전과 1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 결국 이 씨는 친구나 도서관 등에서 원서를 빌려 수업 때마다 필요한 부분 만을 복사해 수업을 듣고 있다.

이 씨는 “학교 홈페이지 벼룩시장 코너나 선배 등을 통해 원서를 구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경쟁이 붙어 쉽지 않다”며 “전공수업을 들어가 보면 수업을 듣는 학생의 30% 이상이 원서를 복사해 수업을 듣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본보다 헌책=저작권에 대한 문화수준 등이 지식문화사업에서 중요한 지표로 부각되면서 한 때 제본으로 몰렸던 수요들도 헌책으로 몰리고 있다.

대학 총학생회에서 선배들이 사용한 전공 교재를 정가의 반 값에 사들여 후배들에게 그대로 되파는 헌책 오픈 마켓 행사가 큰 호응을 얻는가 하면 대학교 홈페이지 알뜰정보코너에는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전공책 등을 팔거나 사겠다는 게시물이 아직도 올라오고 있다.

청주대 총학생회에서 최근 실시한 헌책 오픈 마켓 행사엔 1130권의 책 중 730권이 새 주인을 찾았다.

특히 총학생회는 필요한 전공 교재가 들어올 경우 연락해 달라는 대기자만 1300명을 확보해 경기침체에 저렴한 가격에 책을 사서 보려는 대학생들의 열기를 실감케 했다.

아예 책을 사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복사해 보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청주대학교 중문에 복사집 주인은 “학생들이 수업시작 전 가게에 들러 필요한 부분만 복사해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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