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중국에서 딸 자매를 데리고 서천 마량으로 피난온 한 장수가 있었다. 그는 지략이 뛰어나고 용맹해 적국에까지 그 소문이 날 정도로 훌륭한 장수였다.

어느날 자기 나라를 정복한 왕이 사신을 보내 그에게 함께 일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는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거절했다. 비록 나라를 잃기는 했지만 충성심까지 버리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에 진노한 왕은 군사를 보내 그를 잡아오라고 시켰고 그는 끝까지 맞서 싸우다 최후를 맞이했다. 그리고 그의 딸 자매들도 언니는 남쪽으로, 동생은 북쪽으로 병사들을 피해 도망갔지만 궁지에 몰리자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원혼이 되어서도 서로를 그리워하던 자매는 그리움에 울다 지쳐 꽃잎이 빨갛게 멍이든 동백꽃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마량을 경계로 남쪽으로는 분홍색 ‘언니 동백꽃’이 피고, 북쪽으로는 빨간색 '동생 동백꽃'이 핀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애틋한 사연 속에 피는 동백꽃.

화려하지 않으며 오히려 약간 어두운 빛을 띠는 선홍빛 봄의 전령사 동백꽃이 지난달 중순부터 남녘 곳곳을 붉게 물들이고는 어느 새 서해 해안선을 타고 올라와 서천에 당도했다.

서해안에서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기도 한 서천군 서면 마량리 마량포구 앞 동백나무숲은 이맘 때쯤 봄을 맞아 하나 둘 만개하기 시작한 동백꽃 군락이 바다와 어우러져 수백 년 전 전설 속으로 관광객들을 안내한다.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마량리 동백나무숲은 수령 500년생을 비롯해 동백나무 85그루가 8250㎡의 면적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세월을 말하듯 부챗살처럼 넓게 퍼진 나뭇가지는 그 둘레만도 10여m에 가까워 서해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몇년 전 해양수산부가 선정하는 '3월의 아름다운 어촌'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마량리에서 바라보는 동백정의 해질녘 풍경은 동백꽃과 붉은 저녁노을이 어우러진 신비한 모습으로 해마다 전국의 사진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또 옛날 한산군 청사를 뜯어다 숲 정상에 지은 동백정 누각은 동백나무숲과 서해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답답한 가슴을 펑 뚫어 주기에 충분하고 동백나무숲 뒤편 해안에는 기암괴석들이 즐비해 바다와 동백나무숲을 보기 좋게 연결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매년 봄 열리는 ‘동백꽃 주꾸미 축제’는 벌써 10회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서해 앞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주꾸미의 신선한 맛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전국 최고의 수산물 축제로 성장했다.

올해도 지난 21일부터 내달 3일까지 14일간 주꾸미 샤브샤브, 철판볶음, 주꾸미 회 등 풍성한 먹거리와 주꾸미 잡기 체험, 동백꽃 비누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축제기간 중에는 서천의 명물 한산소곡주와 자하젓, 까나리액젓 등 각종 지역 특산품 판매장도 개설되며 활어장터와 인기가수 공연 등 문화행사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이번 주말 연인 또는 가족과 함께 붉게 핀 동백꽃숲을 걸으며 바닷바람을 타고 은은하게 전해지는 동백꽃 향기에 취해보면 어떨까? 갓 잡은 싱싱한 주꾸미를 맛보면서….

서천=노왕철·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찾아가는 길

서천 동백정(대전에서 약 1시간 50분 소요)

▲국도: 대전→ 논산(국도68번)→ 강경(지방도613번)→ 서천→ 동백정(서면)

▲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논산(연무IC)→ 강경→ 서천→ 동백정(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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